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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이 Oct 12. 2021

육아의 수많은 밤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괜찮아?!

사진출처 : 픽사베이


 넷째가 생기면서 바로 육아휴직을 했다. 휴직이 가져다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소 듣고 싶었지만 워킹 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부모 강연들을 많이 들으러 다닌다. 몰랐을 땐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해지던 많은 말과 행동들이 이제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머릿속으로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겠는데 내 행동이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다. 이상은 고고 하나 현실은 늘 남루할 뿐이다.

그날도 나는 부모 강연을 다녀왔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떼를 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웠고 마음을 다잡았다. 저녁 6시부터 어린이집에서 또 다른 부모 강연이 있는 날이다. 아이들을 따로 맡길 곳이 없어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 하원 후 서둘러 저녁을 먹였다. 몸이 별로 좋지 않아 잠깐 누워있는데 둘째가 아랫도리를 다 벗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민혁아, 얼른 옷 입어. 곧 어린이집에 가야 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민혁이를 보니 아직도 옷을 입지 않았다. 그 후로도 나는 몇 차례 얼른 옷을 입으라고 채근했다. 이제 시간이 다 되어 집을 나서려고 일어났는데 둘째가 아직도 옷을 입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순간 난 인내심과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좋지 않은 몸 상태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야! 신민혁! 엄마가 옷 입으라고 몇 번 말했어? 됐어. 너 안 데리고 갈 거야. 집에 혼자 있어. 민아야, 민유야 신발 신어 우리끼리 가자.”라고 무섭게 말하고는 신발을 신으러 갔다.  

당황한 둘째는 그제야 옷을 주섬주섬 챙긴다. 그 모습에 또 분이 안 풀려 현관문을 잡고 서서 “엄마가 옷 입으라고 말한 지가 언제야?”라고 소리를 빽 지르고 만다.  

이러지 않으려고 나는 오전에도 부모 강연을 들었고 지금도 부모 강연을 들으러 가려고 하는 것이다. 운전대를 잡고 어린이집을 향하는 데 마음이 이상하다. 못난 엄마 모습에 아이에게 미안하고 이럴 거면 이런 강연 뭐하러 들으러 다니는지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후회와 자책이 내 몸을 감싼다. 

어린이집에 도착해 강연을 듣는데 눈물이 났다. 주제가 “괜찮아?!”였다. 아이들은 괜찮은지, 아이들과 관계는 정말 괜찮은 건지, 그렇다면 엄마 삶은 정말 정말 괜찮은 건지…  

조곤조곤 다가와 이야기해 주고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토닥여 주는데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말 우리 엄마들은 괜찮은 걸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아이 정서에 악영향을 준다.'뭐 하라는 건 이렇게 많은지, 난 한 발 짝을 못 떼고 있는데 말이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해 주면 우리 아이만 뒤 쳐질 것 같고, 못 해 주는 엄마는 늘 불안하고 미안하다.  

많은 엄마들이 육아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덕이고 시달린다. 아이들이 주는 기쁨도 분명 있지만 육아는 현실이다. 한 생명을 담고 있는 인격체는 엄마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엄마에게 지어진 짐이 너무 크고 무겁다.  

뭘 어떻게 하지 않더라도 부모라는 그 책임감은 늘 무겁다. 행동도 뒤따르지 않으면서 오늘도 내가 부모 강연을 들으러 가는 건 한번 듣고 지금 당장 내가 바뀔 것을 기대해서가 아니다.  

듣다 보면 어느 날, 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용되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한다. 첫술에 배부르진 않을 것이다. 처음엔 어색할 것이다. 이럴걸 저럴걸 사이를 오가면 수많은 밤을 뒤척일 것이다. 며칠 뒤척이고 나면 엄마는 변해 있을지 모른다.  


“민혁아, 잠깐 이리 와 봐. 엄마가 옷을 입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민혁이가 옷 입는 것도 까먹고 놀만큼 놀이에 빠져 있었구나 (마음 알아주기), 그 마음은 알겠는데 엄마는 지금 민혁이가 옷을 아직까지 안 입어서 속상하고 화가 나 (엄마 마음 알려주기) 다음부터는 엄마 말에도 귀를 좀 기울여 줬으면 좋겠어.(엄마의 바람 말하기)”라고 말하고 민혁이가 옷 입는 것을 옆에서 거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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