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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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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이 Feb 06. 2023

수영의 맛

수영은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일주일에 두 번 새벽 6시에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는다. 강습이 없는 날에도 배운 것을 연습하러 자연스럽게 발길이 수영장으로 향한다. 강사가 말한 것을 내 몸에 적응시키려고 애쓰며 열심히 발차기를 한다. 50미터 가는 것도 숨이 차서 겨우 레인 끝에 도착해 숨을 헐떡거리며 한 마리 물고기처럼 물살을 가르며 나아오는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서 있었다.  한참을 서 있다 숨이 다시 잔잔해지면 다시 이쪽에서 저쪽으로 킥판을 잡고 열심히 머리를 처박았다 꺼내며 발차기를 해댄다.

5시 알람이 울리면 자연스레 눈이 떠지고 나만의 새벽 시간을 조금 누린 후 자동적으로 수영장으로 간다. 주말에도 수영장이 문을 여는 날이면 난 늘 아침 6시에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한다. 억지로 하면 이렇게는 못 할 텐데 수영은 재미 었다. 전신 운동이 되면서 재밌기까지 하니 이른 새벽 이불을 박차고 나올 맛이 난다. 수영이 주는 재미가 달콤한 잠의 유혹을 늘 넘어선다.

하나. 왼 팔 돌리기
둘.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숨 내뱉기
셋. 오른팔 돌리며 머리 다시 물속으로 머리 처박기


'팔을 돌릴 때는 반드시 골반부터 돌리면서 팔을 돌려야 한다.' 

배우는 동작이 하나하나 늘어갈수록 앞서 배운 동작들이 뒤엉켜 엉망이 된다. 어찌 이 모든 것들을 다 신경 쓰면서 헤엄을 칠 수가 있는 것인지 난 아직 알 길이 없다.

 수영은 진도가 참 빠른 것 같다. 발차기도 못 하던 쌩초보였던 내가 배운 지 한 달도 안 되어 호흡과 팔 돌리기까지 배웠다.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니 수영이 더 재밌는 스포츠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자꾸 두 번째 동작에서 옆으로 고개 돌려 숨을 내뱉으면 코로 물이 들어가서 애를 먹고 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호흡을 하려니 자꾸만 물이 코로 들어간다.  내가 하는 방법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아직 감을 잡지 못했다. 강사가 시킨 대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물이 입으로 코로 들어와 날 괴롭힌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늘 다르다. 강사의 말을 들을 때는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물은 자꾸만 코로 들어가서 코가 매웠다.  물속에서 내 몸은 머리에서 이해한 것을 순식간에 무용하게 만들고 만다. 


 "자꾸만 코로 물이 들어가서 코가 너무 매워요. 어떻게야 해요? " 내 물음에 강사는 물속으로 다시 고개를 처박을 때 코로 음---하고 뱉으면서 들어가야 물이 코로 안 들어온다고 했다. 이것을 신경 쓰다 보니 이제 호흡이 엉키고 팔과 다리는 춤을 췄다. 아주 난리다. 이를 어쩐다.

비록 내 팔다리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춤을 춰도 수영 덕분에 늘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수영은 휴일  늦잠도 내 삶에서 없앴다. 주중에 고생한 날 위해 주말엔 으레 늦잠으로 보상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잠보다 수영이 좋다. 잠자면서 얻는 에너지보다 수영장에서 얻는 기운이 훨씬 더 크다. 수영을 하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한 동작씩 배울 때는 수영이 너무 재미있고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이해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배우는 동작이 늘어나자 앞으로의 여정이 매우 험난할 것임을 직감으로 알았다. 수영을 시작하고 물 만난 물고기 마냥 기뻐 날 뛰었는데 수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스포츠가 아닌 모양이다.


수영을 시작하고 훨씬 부지런해졌다. 물 밖에서 사는 나는 늘 아등바등 조바심을 내고 종종거리는데 물속에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어떤 삶이 내 어깨를 짓누르든 물속에서 만은 그런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고 나도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수영장은 나만의 안전지대이자 아지트가 되었다. 난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나만의 공간을 찾아 나만의 시간을 누리려 물속으로 들어간다. 건강해지는 것은 덤으로 얻는 축복이다. 전신 운동으로 시작한 하루 안에서 안 그래도 늘 솟구치는 식욕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오르는 건 약간 우려할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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