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 어떻게 하죠? (6)
놀이과정에서 거짓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거짓말하는 아이들을 참 많이 봤습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사실 거짓말, 거짓말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의도적으로 남을 속여 곤경에 빠뜨리려는 거짓말이 아니라 자신의 기대와 바람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전거 가지고 싶은 마음이 집에 자전거가 있다는 식의 거짓말로 나오는 겁니다.
아주 어린아이들은 거짓말도 할 수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자신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접시를 깼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아빠는? 아빠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아빠의 생각이 어떤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거짓말을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화를 낼 것 같다면,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나와 타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하면 거짓말도 못합니다.
거짓말을 제대로 하려면 사건의 인과관계를 꾸며낼 수 있을 정도의 인지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완벽한 거짓말을 하려고 아이들이 아무리 노력(?) 해도 어른들이 보기엔 빈틈이 많습니다. 거짓말이 세련되고, 보다 완벽해지려면, 인지능력이 뒷받침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이가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처음으로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첫 번째 거짓말에 감동하라.(Leslie, 2012: 33)”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아이들의 거짓말과 만나면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감동은커녕 얼굴이 벌게 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건 마땅치 않습니다.
거짓말하자는 사전모의도 없었는데 집단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유아교육기관에서 보았던 장면입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면 항상 불을 끄고 나와야 하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빈 화장실에 불이 켜있었습니다. 마침 저는 그 근처에서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다녀온 아이가 누군지 알고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있던 아이 여러 명도 그 아이가 누군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누가 불을 끄지 않았냐고 물어보자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모두 한 아이를 지목하더군요. 그 아이는 다른 곳에서 놀고 있었던 아이였는데도 말입니다. 만 5세였는데도 코를 훌쩍이던 아이, 냄새난다면서 아이들이 같이 놀기 싫어하던 아이, 바로 그 아이였습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어린아이들도, 사전 모의도 없이 순간적으로 집단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거나,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매우 비현실적인 기대일 수 있습니다.
독자님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 그리고 감동을 받은 영화를 생각해 보세요. 죽이고, 싸우고, 증오하고, 미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물론 악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 싸웠을 뿐이고 결말은 깔끔한 정의의 실현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이야기에 그런 ‘비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조차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어른은 되고, 아이들은 안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게 적절한 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른들은, ‘꿈속에서도’ 거짓말을 합니다.
Leslie, I. (2012).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누가,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김옥진 역). 서울: 북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