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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슬 Aug 21. 2024

책 쓰기 프로젝트가 끝났다.

워드 13장짜리 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소설의 '소'자도 모르던 내가 소설 쓰기에 도전한 건 단지 무료해서였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지 몰라도 막상 목표하던 박사논문이 끝나버리고 난 후 난 갈길을 잃어버린 아기새처럼 왔다 갔다 헛일만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대학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책 쓰기 프로젝트' 참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약간의 사고회로를 거친 후 바로 지원했다. 지원자를 엄선했다면 분명 안 됐을 텐데 선착순이었기 때문에 뽑혔다. 이 프로젝트는 10명의 참여자가 6주 동안 10~13장 정도의 글을 써서 10편의 글을 모아 책을 내주는 프로젝트였다. 물론 비매품에 도서관 소장용일지라도 말이다.  


첫 오리엔테이션 날, 작은 회의실에 모인 참가자들은 쭈뼛쭈뼛 자기소개를 했다. 정말 연령대도 글을 쓰는 목적도 제각각이어서 각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어떤 연세 드신 분은 참가신청을 '김효리'라는 이름으로 신청하셨는데 그분은 남은 인생은 이효리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그런 이름을 필명으로 쓰신다고 하셨다. 또 어떤 분은 나이 40살이 넘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약간 뜨끔했다. 


수업은 줌을 통해, 강사는 신춘문예 당선작가가 담당한다는 간단한 수업 소개를 듣고 돌아온 나도 어떤 글을 쓸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마추어로 기사나 단편 시나리오를 써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다 할 글재주가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치를 아무리 낮춘다고 해도 칭찬에 목말라 있던 내가 아니던가. 결국 칭찬은 받지 못했지만 아무튼 완성은 했다. 


내용은 뻔한 내용이었다. 다만 내가 3년 정도 일한 경험이 있던 한옥마을을 배경으로 활용하면서 그 시간대를 다시 한번 여행해 본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  내용은 세진이라는 여자가 자신이 버린 아이 새봄을 찾으려고 남자친구의 고향인 한옥마을을 찾아와 겪은 5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마음은 요즘 내가 좋아하는 정해연 작가처럼 쓰고 싶었지만 기행문 수준에 끝나버린 게 마냥 아쉬웠다. 


하지만 정말 책을 내준다니 너무 신기했다. 작가 프로필도 한번 써봤다. 물론 시간에 쫓기다 보니 챗GPT를 활용했는데 그것을 너무 믿어서인지 약간 어색한 프로필이 나왔다.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으며 밤하늘의 별처럼 찬란한 인생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결혼과 아이의 탄생을 통해,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를 만나게 되었고,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 여정 속에서 나를 깊이 이해하고, 세상과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글이 독자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성찰을 전해주길 바라며, 함께 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갑자기 '하지만~'이 나온 게 좀 걸린다. 맥락이 안 맞은 게 속상하다. 2주 후에 이대로 나오겠지.... 막상 소설 쓰기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니 서운하다. 소설을 다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좀 디벨롭해서 써보고 싶다. 하나하나 맞추다 보면 딱딱 들어맞는 퍼즐처럼 추리소설을 써보고도 싶다. 요즘 사건의뢰를 너무 자주 시청하다 보니 든 자신감으로 말이다. 여하튼 이렇게 책이라는 것이 출판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고 책을 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런 좋은 기회가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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