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와 소박 사이, 시골 밥상에서 배운 것

면사무소 옆 숨은 밥집 발견기

by 보석바

시골이다 보니 근처에 마땅히 밥 먹을 곳이 없다.

하지만 사실 이유는 따로 있다. 점심시간만큼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


직원들 대부분은 도시락을 싸 오지만, 나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도시락파에 끼지 않았다.

집이 가깝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은 그 짧은 점심시간만큼은 내 시간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집까지는 차로 10분 남짓.

하지만 매일 왔다 갔다 하려니 준고속도로 같은 길이 은근히 피로를 주었다.

결국 나는 근처 밥집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40대가 되고 나니, 화려하고 자극적인 음식보다 담백하고 건강한 음식이 더 눈에 들어온다.

30대에는 멋지고 스펙 좋은 남자만 눈에 들어오더니, 40대가 되자 소박하고 성실한 사람이 더 좋아 보였던 것처럼.


그렇게 발견한 곳이 있었다. 면사무소 근처로 5분 거리. 자매가 운영한다는 작은 백반집.


묵은지 등갈비찜, 능이백숙 같은 메뉴도 있지만, 이 집의 진짜 매력은 혼밥도 가능한 정갈한 백반.


식당 옆에는 밭이 붙어 있다.

혹시 저기서 바로 재료를 가져오는 건 아닐까? 근거 없는 믿음이지만, 괜히 더 신뢰가 갔다.


“혼자인데 밥 먹을 수 있어요?”

“오늘 콩나물국인데 괜찮으시면 들어오세요.”


2층집을 개조한 듯한 내부는 전문 식당이라기보다는 가정집에 가까웠다.

주부들은 공감할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누군가 차려준 밥이라는 것.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을 때 받아 든 밥상.

정말 한 상 가득 차려진 백반이었다. 순간 좀 흥분했다.


집에서 내가 차리는 밥상은 반찬통째 꺼내는 대충 차림, 반찬 2~3가지가 전부다.

그런데 그날 알았다. ‘초라’와 ‘소박’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며칠 뒤, 같이 일하던 기간제 동료의 마지막 날. 우리는 다시 그 집을 찾았다. 메뉴는 등갈비찜.

보기엔 묵직해 보였지만, 맛은 의외로 담백하고 과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행복이란 게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 가끔 매일과 다른 시도를 해보는 것.

• 결이 맞는 사람과 잠깐 나누는 대화 한 토막.

• 먹고 싶었던 음식을 처음 한술 뜨는 순간.


그 소소한 재미들이 모여, 결국 우리의 하루를 채우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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