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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줌마임을 실감하는 순간들

by 온유




길에서 둘째 아이를 달래주다 문득 앉아있는 내 모습이 아줌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정말 아줌마 다 되었네'



예전에 아가씨 때는 쪼그려 앉을 일이 있으면 다리를 모아서 아가씨처럼 앉았던 것 같은데, 아이를 챙길 때는 내 모습이 어떻던 아이가 우선이다. 헝클어진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후줄근한 운동복은 세트이다.


아이를 보내고 길에서 아는 지인을 만나 깔깔깔 웃으며 대화한다. 때로는 아파트에서 주민을 만나며 스몰토크를 서슴없이 한다.

'나 정말 아줌마구나'


물건을 살 때도 예외는 아니다.

아가씨 때는 가격을 깎아달라는 말이 왜 그렇게 부끄러운지. 식당에서 저기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말도 못 했었는데, 이제는 당당히 말한다.

'조금 깎아주세요~', '저기요~'


친구들이나 젊은이들을 만날 때도 역시 느낀다. '젊음이, 청춘이 예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투가 걸음걸이가, 그리고 체형이 완전 아줌마다.


한가지 더 떠오르는 것은.

핸드폰 속 사진첩을 보니 온통 아이들, 꽃사진이다.


나 정말 아줌마 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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