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문득 가는 길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는 조금 흐린 듯했지만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좋았다.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는 구름과 길가에 나무도 예뻤고, 떨어지고 있는 꽃잎들도 예뻤다. 그리고 이어폰에서 흐르는 찬양 가사를 흥얼거림도 좋았다. 노래 중간중간 흐릿하게 들리는 자동차소리도 재미있었다.
잠시 멈췄다 다시금 길을 걸을 때 조금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이전보다 좀 더 고른 숨으로. 종종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졸업 이후 바로 취업을 해 일을 했다. 일을 하며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 이후 두 번의 육아휴직, 복직 그리고 퇴직.
내가 걸어온 길을 잠시 멈췄을 때는 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밥값을 못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기는 했지만 이런 전업주부의 삶이 이전보다 편한 부분이 있음에도-물론, 감당해 내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그 시간을 고요히 온전히 내 시간으로 보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울증이 오고 공황장애가 오기도 했다. 무기력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조금 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의 말도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이 많이 컸으니, 오전에 너의 시간이 조금은 늘어났을 때 시간을 잘 활용해서 즐겨봐.' 그 말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는 치료와 상담을 받고 다시 신앙을 붙들며 많이 호전되었고, 삶에 비로소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내 시간을 보내니 조금은 다시 뭐든 할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두에게, 때론 누구에게나 멈추어감이 그리고 쉼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쉼은 다시 나아감을 준비하는 귀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