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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엄마는 하루의 끝에 고요한 시간을 기다린다.

괜찮아진 줄 알았으나 괜찮지 않은 날엔.

by 온유




아이들의 웃음소리. 남편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 가족들의 대화하는 소리.

평소와 같을 때면 분명 행복하게 들려야 할 이 소리들이 가끔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귓가에 윙윙거리며 큰 소리로 들릴 때가 있다. '청각과민' 그건 바로 내가 가진 증상 중 하나이다.


아침엔 괜찮았다가 점심엔 조금 우울하고 오후엔 괜찮았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힘들어지는 게 내가 가진 질병이다. 괜찮아진 듯 하루를 살다가도 순간 숨이 차고, 가끔은 불안하고 우울하기도 하다.



증상이 있는 날은 저녁식사 시간부터가 참 고비이다.

네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이 시간부터 청각과민 증상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씻을 시간이 되면 그 증상은 극에 달해 심한 날은 귀를 막고 있기도 한다.


최근엔 그래도 많이 괜찮아졌었다. 상담, 치료, 신앙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상담사분의 소견도 있었고 나 역시 회복에 집중하고 있기에 많이 좋아졌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약을 바꾸고 난 뒤로 최근 조금 다시 마음이 말썽이다.


청각과민이 찾아오는 날엔 내가 너무 예민해지고 신경질 적이게 된다. 하지만 내가 참을 수 있을 만큼의 선까진 최대한 참아본다. 아이들에겐 아빠와 대화하고 장난치고 즐겁게 놀며 목욕하는 그 시간이 기쁨임을 알기에. 그리곤 어서 약을 먹는다. 다시 조금 괜찮아지리라 믿으며.



요즘은 이런 증상이 찾아올 때면 혹은 불안과 우울이 조금 몰려올 때면, 나는 고요한 시간을 기다린다.

아이들이 방에 들어가 잠자리에 눕고 남편도 함께 들어가 잠을 준비하는 그 시간.

나는 집의 조명을 낮추고 이 고요한 시간을 온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면 조금은 마음과 몸이 회복된다.


고요한 이 시간, 불안한 엄마는 하루의 끝에 고요한 시간을 기다린다.

괜찮아진 줄 알았으나 괜찮지 않은 날엔 더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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