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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며 떠올린 행복한 상상들

by 온유




잠에서 덜 깬 채로 문득 행복한 과거가 떠올랐다.

엄마, 아빠, 오빠, 나 이렇게 네 가족이 살던 날들을.


일요일에 함께 교회를 가던 날.
엄마랑 함께 목욕탕을 가던 날.
우리 가족이 외출하고 집으로 들어가 바스락 거리고 차가운 이불속에서 함께 잠을 자는 날.
오빠랑 같이 만화영화를 보던 날.
아빠랑 히히덕거리며 장난치던 날.
엄마랑 시장에 갔다가 약과를 사 먹던 날.
주말에 요리를 해준다며 아빠가 떡볶이를 해주셨지만 무척이나 맛이 없었던 날.
등교하고 하교할 때 오빠가 태워주는 자전거를 타고 가던 날.
오빠랑 같이 방아깨비를 잡으러 다니던 날.
오빠랑 피카추 게임과 머털도사 게임을 하고 잠자기 전 함께 어린이 찬양 테이프를 들었던 날.
우리 네 가족이 에버랜드를 가서 엄마 아빠 양손을 잡고 걷던 날.


생각해 보니 나의 과거 속에는 아픔 말고도 행복한 일들도 많았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상상을 해봤다.

계속해서 우리 네 가족이 살았더라면 ㅡ


학교 끝나고 갑자기 할머니 댁으로 가서 그곳에서 계속 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교실 환경미화를 돕는다며 학교에서 오래 남았다, 하교하는 오빠와 만나 떡볶이를 사 먹고 집으로 돌아갔겠지.


오빠는 친구들과 놀러 가고 나는 집으로 가서 평소 좋아하는 거품목욕을 하며 놀았을까.


마지막 살던 집의 구조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예쁘고 정갈했던 집. 새 아파트. 새 가구들 처음 생긴 내 방. 거실, 그리고 방들의 구조가 다 생각이 났다.


우리 네 가족이 만약 화목한 가정이었다면

그 정갈하고 예쁜 집에서 조금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다른 평범한 집처럼 네 가족이 함께 여행도 가고 일상을 보내고 조금은 다투기도 하고 대화도 많이 하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기까지 네 가족이 함께였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었을까.


아픔과 상처를 묻어두고 행복한 학창 시절도 보내보고.


금처럼 아프지도 않았을 테고. 고마운 엄마아빠에게 다정하게 연락도 자주 하고. 친하게 지낸 오빠랑 일상얘기도 하고. 그런 인생을 살아 볼 수 있었을까.


지금의 나의 삶도 행복하지만.

그냥 문득 과거의 네 가족을 떠올리며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한번뿐인 인생이기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내 딸들에게 내가 갖지 못한 행복을 주면서 분명 더 행복할 테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갖지 못한 행복이 종종 떠오른다.


우리 네 가족이 함께였더라면.


문득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며 행복한 상상들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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