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정확히는 사춘기를 한참 보내고 있던 시기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진짜 나의 모습은 뭐지? 나는 누구일까."
집에서의 모습이 다르고,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이 또 다르고, 낯선 이들과 있을 때의 모습이 달랐던 나는 그 시기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것 같다.
나중에서야 청소년기에는 누구나 그런 고민을 한 번쯤은 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나의 그런 생각이 평범한 생각이었구나를 떠올렸지만, 그 당시에는 꽤나 깊게 그리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이미 다 큰 어린인데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나는 누구일까에 대한 생각을 순간순간 떠올릴 때가 있다. 가족이랑 있을 때, 옛 친구들과 있을 때, 아이들과 있을 때, 아이 친구엄마들과 있을 때, 그 외 지인들과 있을 때.
모두 같은 '나'이지만 때마다 달라지는 나의 말투와 표정을 바라볼 때면 누가 정말 나인지에 대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특히나,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본연의 나의 모습은 누구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전에도 그랬듯, 이내 생각을 돌려 "모든 모습의 '나'는 결국엔 곧 '나'이다."의 결론에 닿는다.
사람들은 모두 다양한 모습을 지니며 산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깨닫는 때는 그 시기도 때도 모두가 다르다. 어떤 이는 누구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청소년기에 이를 깨닫기도 하고, 어떤 이는 어른이 되어서 깨닫고 이내 다양한 모습의 나를 인정한다.
나는 후자에 속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었고 그 모든 걸 인정하고 나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른이 된 이후였으니까. 결국에 이러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 나조차 나이기에. 사실상 큰 의미 없는 고민임을 지금은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그 모든 모습의 내가 결국엔 나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