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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Oct 16. 2017

여행 대신 가 드립니다

::: 미니양으로부터 :::

 티비를 보면 한참 먹방이 대세였다. 뭐 지금도 채널을 돌리다 보면 먹방이 심심치 않게 나오긴 하지만, 요즘 티비를 보고 있으면 여행 프로그램이 엄청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그저 여행지를 소개하는 1~2개 프로그램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연예인들이 여행 설계자로 여행을 다녀와서 소개하거나, 패키지여행을 체험하기도 하며, 아이돌을 여행 보내주는 프로그램 등등 많은 종류의 여행 프로그램들이 생겼다. 한때 대세였던 먹방과 더불어 이젠 채널을 돌리면 해외여행하는 모습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여행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점점 해외여행을 많이 떠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 시간이 없어서, 혹은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여행 프로그램은 여행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떠날 수 없으니 넓은 세상을 대신 접해볼 수 있고, 여행지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니까. 


 많아진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여행을 대신 가 드립니다.


당신이 못가는 여행, 내가 대신 출연료 받고 가드립니다. 하는 그런 생각. 물론 그들도 가기 싫은 여행, 가기 싫은 여행지에 생계를 위해 억지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여행을 갈 수 없으니, 남이 여행 가는 게 약이 올라서 여행 프로그램에 괜히 내가 시비 거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연예인들이 여행 가서 보고, 먹고, 경험하는 걸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들이 여행하는 방식만 있는 것처럼, 그게 여행의 전부인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이 된다. 물론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이긴 하다. (그래서 실제로 연예인이 대신 여행을 가주는 여행 프로그램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본방, 재방, 재재방까지 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피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난 여행이란 철저하게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르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몸으로 부딪치고, 마음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여행은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여행지를 연예인이 단순히 가보는 것보다는 한 곳의 여행지에서 각기 다른 경험을 소개한다거나,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의 일반인들에게 여행의 기회를 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마냥 좋게만 포장되는 CF 같은 여행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괜히 한 마디 지껄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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