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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Oct 29. 2018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좋은 직업

나는 기술자 라고 하네요


 얼마 전부터 더 이상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프리랜서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어야 하는 것과 비교해보자면 매력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특히나 틀에 박힌 생활을 유독 견디지 못하는 나에게는 더더욱 큰 매력이다.


 하지만 이 프리랜서의 삶은 만만치가 않다. 언제 또 일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이 들어오면 무작정 해야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는 대신 언제든 일이 들어오면 할 수밖에 없고 주말이나 휴가는 꿈도 꿀 수가 없다. 그러니 행여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며칠 가게 되는 상황에서도 일은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는 일을 멈출 수가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 


 그래서 일이 들어오면 상황을 불문하고 밤낮없이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간혹 그 모든 일들이 한꺼번에 정리가 되는 때가 온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씨 중간에 화창하게 맑아지는 태풍의 눈과 같달까? 그렇게 문득 한가해졌을때 노트북과 데이터가 백업된 외장하드를 들고 어디든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방구석에 처박혀서 작업만 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말과 휴가가 따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내 여행도 언제 떠날 수 있을지를 정할 수 없었다. 여행 계획이란 것은 더더욱 짤 수 없었고, 그래서 여행을 갈 수 있는 짬이 나면 무작정 떠나고자 했다. 그렇다고 일을 버리고 갈 수는 없었기에 여행을 떠나서도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많은 내 지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해.


 물론 그들이 말하는 '기술'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프리랜서를 선택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 속에서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 연락이 올지 언제 작업을 시작하게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좋은 직업이 아니라, 안정된 삶과 불안정된 삶 중에 그저 난 후자를 선택했을 뿐이다.


 불안정한 삶이지만 그래도 얽매이지 않아 좋은 내 직업은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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