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꼭, 장날이에요.

도대체, 장날은 누가 정한 걸까요.

by 끼리

등가교환이라고나 할까.

하루의 출가를 위해서

하루의 입가가 필요하다.

집 밖에 나가는 게 어려운 아이의

외출 방식이다.


이런 아이에게도,

꼭 가야 하는 외출 일정이 있기 마련인데.

그럴 때면, 아이는 며칠 전부터 대비를 한다.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러 가는지

뭘 입고 가야 하는지,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흔치 않은 외출 일정에

지레, 분에 차게 공을 들이곤 한다.


그리고 꼭, 내밀하게 공을 들인 것에는

외부의 요인이 적용하기 마련인데,

마치 흰 옷 입은 날 점심 메뉴는 짬뽕이거나,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날, 비가 오거나 하는

그런 것들이다.


정말, 가는 날이 장날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기만을 바랐는데,

가보니 결국, 기어코 장날이었다.

그렇다고 발걸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장은 열렸고,

나는 이미 그 안에 들어섰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그 장에 들어서버린 아이는

가는 날도, 장 날도 바꿀 수가 없었다.

마치 달력에 적혀있는 숫자처럼

받아들여야만 했다.

마치 운명처럼 말이다.


운명 같은 가는 날과 장 날을 바꿀 수 없다면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장에 가버린 '날' 바꿀 수밖에 없었다.


장이 열리는 날을 바꿀 수는 없어도

장에서 어떻게 할지는 내가 정할 수 있었다.
복잡하고도 시끄러운 장에 가느냐

활기차고도 즐거운 장에 가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운명같이 정해진 날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기어코 장날에 가고만

나, 하나뿐인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바로,

나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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