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러보지 않으면 찔리지도 않아요!
그가 살던 동네는 서울,
그중에서도 시골에 가장 가까운
서울이다.
봄이 오면 개구리가 울고
가을이 되면 귀뚜라미가 우는
그런 서울이다.
버스에서 내려도 20분은 걸어 올라가야 하고
지하철에서 내려가자면 그 배는 족히 걸릴 그 동네에는
신기한 가게가 하나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2번 출구로 올라와 길을 건너면
호빵이 맛있었던 노란색 간판의 왕만두 집이 있었고
거길 지나 2분 정도 더 걸어가면
백 원짜리 동전을 넣고 돌려 뽑던
뽑기 통이 3개가 깔려있는 문방구가 있었다.
문방구를 끼고 왼쪽으로 돌면
차 2대가 지나가기엔 좁은 골목이 있었고
주홍의 가로등만이 듬성하게 있는
어두운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낡아져 버린 장판을 깔아놓은 평상 옆에
약간의 과일과 채소를 꺼내놓고 파는
구멍가게가 있었다.
구멍가게를 조금 지나 고개를 들어 올려보면
조명이 다 꺼져가는, 화려했었던 것만 같은 복권방이
하나 있었다.
이놈의 복권방은 뭐가 그리도 특별한지,
금요일 밤이면 복권을 사려는 사람들이
구멍가게까지 줄을 섰고,
지갑 속의 지폐를
복권 용지로 바꿔 갔다.
분명 노랗거나, 푸른 종이 화폐를
숫자 몇 개가 적혀있는
영수증 조가리로 교환하는데,
뭐가 그리도 좋은지 복권방을 나오는 이들은 모두
기대감에 들뜬 얼굴과 든든한 미소를 띠며 나왔다.
1등이 몇 번이나 나왔다던가
가장 많이 나온 가게라고는 하는데
그 숫자가 늘 수록 줄도 길어져만 갔다.
그 복권방 2층에 한 남자,
창문을 열고 창밖으로 긴 줄을 바라보며
담배를 태우고 들어가던 그는
정작 한 번도 복권을 사지 않았다.
아마 1층의 문을 열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몇 번이나 그를 만나러
2층에 다녀간 나도 물론,
복권을 사보지는 않았다.
긴 줄을 볼 때마다
나도 한 번 사볼까 생각을 해봤지만
이상하게도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평일에는 줄이 길지도 않았고
점심때 깨는 할아버지들의
사랑방이 될 만큼 한적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발걸음이 2층 만을 향했었다.
그렇게 몇 번에 계절이 지나고
몇 번의 일등이 추가되고
130번 대의 숫자가 적혀있던 현수막도
140번 대로 숫자가 바뀌어버린 금요일이었다.
그가 태우던 담배도 하나둘씩 늘어만 가고
창문 아래에는
그가 비벼끈 꽁초가 쌓여가던 그런 날이었다.
나는 그의 집을 나오며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고
그는 겨울바람같이 차갑게
문을 닫았고 문을 나온 나도 차갑게
계단을 딛고 내려갔다.
마지막인데, 한번 사보자
나는 몇 개 되지도 않던 계단을 내려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1층 복권방의 문을 열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복권을 샀다.
노란 5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30개의 볼드처리된 숫자가 적혀있는
영수증으로 교환했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 위로
출처가 어딘지 모르겠던
든든한 미소가 지어졌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영수증에 적혀있던 숫자가
몇 개가 맞았는지,
은행에 가니 수 백만, 얼마로 교환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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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인지,
오늘은 왜인지도 모르게
글이 길게 적어졌네요.
먹어보지도 못할 감,
한 번은 찔러보세요.
찌르다, 찔리면
분명,
찔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