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면은

남김없이 타버릴 수도 있어요 ㅜㅜ

by 끼리

불은 그런 면이 있다.

의도하지 않은 곳에 불이 나면

끈다.


그래서 보통은

불난 집에는 부채질을 하지 않는다.

고기 앞이라면 모를까

불 앞에서 부채질은

정말이지 낯선 일이다.


하지만 한두 번은

불을 끄려고 해도, 꺼지지 않을 때가 있다.

누가 부채질을 하는지와는 상관도 없다.

일어난 불은 스스로 불을 붙이고

남은 것들도 태우면서 스스로 커져만 간다.


그렇게 커져버린 불은

끄지도 못하고

얼마 남지 않은 것들 조차도

태워버리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태우고 태워

남은 것이 없어질 때면


허망함과

걱정,

그리고 이제는 더 탈것도 없다는

안도함이 있었다.


그렇게 내 마음은

새까맣게 타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

허망한 안도감만이 남아

주저앉아 있다.


그러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메마른 마음에

몇 방울의 눈물

몇 마디의 위로가 내리고


그 위로

새싹이

돋아나

새로운

시작을

시작한다.


지난날 동안

자라고 죽었던

모든 것들이 타버리고

새롭게 새롭게

하나의 새싹부터 시작한다.


새싹은 결국 자라

푸르게 푸르게

자랄 것이고


마음속에서 타들어 가던 불은

모든 것을 태우고

새롭게 새롭게

시작하게만 만든다.

부디


새롭게,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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