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어요.

약으로 안 써도 다른데 쓸데가 있을 거예요!

by 끼리

그 사람은 좋아하는 게 별로 없었다.

음식도, 음악도,

일도, 공부도,

친구와 심지어 자기 스스로까지

좋아하는 게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뭐 때문인지 몰라도

그 사람은 좋아하는 걸 찾아보자는 생각에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하나씩 해보기 시작했다.


여러 카페를 다녀보며 커피를 마셔보고

시간이 날 땐, 포켓볼을 쳐보고 볼링장에 가보기도 했다.

등산을 하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사서 보기도 했다.


그래도 뭐 하나에 흥미를 붙이지는 못했는지

애초에 긴 시간을 들이는 일을 찾았다.

그리고 찾은 것이 퍼즐!


책을 고르러 간 서점에서

스치듯 본 퍼즐을 사러 다시 서점에 갔다.

그리고 얼마간 고민을 하고

그나마 마음에 드는 그림이 그려진

3,000피스짜리 커다란 퍼즐을 큰 마음을 먹고 샀다.


아오 눈 아파


큰 퍼즐을 바닥에 쏟아 놓고

하나하나 맞춰보기 시작했다.

모양이 다른 피스를 찾아 4개의 모서리 부분을 채우고

거기에 연결되는 4방향의 변두리를 채우고

거기에 또 연결되는 그림을 채우기 시작했다.


처음, 엄청나게 막막했던 것도 잠시

할 수 있는 것부터 맞춰보니

속도가 점점 붙었다.


그렇게 몇 날, 몇 시간을 들였고

어느새인가 얼추 모양이 나오고

완성에 가까워져 갔다.


한 300피스 정도 남았을 때인가

이제는 별 고민도 없이

남은 피스를 보면 어디쯤에 둬야 하는지 알았고

그냥 손가락으로 피스를 집어

맞는 곳에 넣으면 되었다.


하나하나 남은 피스를 집어

맞는 자리에 피스들을 넣으면서

과거의 시간들도

하나하나 떠올리며

퍼즐을 완성해 갔다.


가기 싫은 학교를 몇 년이나 다녔고,

보기 싫은 시험을 일 년에 몇 번씩 몇 년을 봤었고,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하고 살았었다.


싫어하는 것도 별로 없었고,

좋아하는 것도 별로 없었다.

의미가 있었던 일도 별로 없었고,

중요한 일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그랬었다.


어찌 됐든 그 사람은 마지막 피스를 집어

하나 남은 그 자리에 넣고

3,000피스 퍼즐을 완성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해가 지기 전이라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그 사람은 마구 걸었다.


슬프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났고,

기쁘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눈물을 닦으며

걷다가 다시 방에 들어와 보니

완성된 퍼즐이 있었다.


방바닥에 그대로 있었다.

모든 퍼즐이 자기 자리에 맞게 들어간,

맘에 들었던 그림이 완벽하게 맞춰진 퍼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정말로 정말로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나고

그 사람은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퍼즐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다.


역시나 퍼즐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 조각이 없어져 있었고

그 사람은 미련도 없이

2,999개의 퍼즐을 버렸다.


그리고 이사를 마치고

짐을 풀다가

없어졌던 한 조각을 발견했다.

이제 쓸데도 없고

의미도 없는 그 한 조각.


그런데

그 사람은 그 조각을

간직했다.


마음에 드는 그림 퍼즐을 완성할

마지막 한 조각은

바로, 나라는 것을 알았는지


그 사람은

그 한 조각을

고이 간직했다.




개똥을 약으로 쓰려니 없는 걸 수도 있어요.

약으로 안 써도,

어디엔가 의미 있게 쓸데가 있을 거예요.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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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