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러너가 소개하는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달리기를 시작할까 말까 망설이는 주변 분들에게 ‘달리기는 이래서 좋습니다.’ 하는 얘기와 함께 달리기의 매력을 설명하고 싶었다. 누구나 달리고 싶을 만큼 혹한 달리기의 매력 말이다. 내가 달리기를 하고 있다고 하면 달리기가 뭐가 좋은지, 어떤 즐거움 때문에 그렇게 달리는지 묻기도 한다. 누군가는 무릎이 아프지 않느냐, 힘든데 그것을 왜 하느냐, 혹은 다른 운동 많은데 왜 굳이 달리기를... 하고 묻는다.
그러게 나는 왜 달리기가 좋을까.
2년 전 처음 뉴발런온 10+1km 달리기를 신청해놓고는 나는 완주를 다 하지 못할까 싶어 겁이 났다. 혹여나 완주도 못해 실려 들어오는 그런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연습을 하겠다 마음 먹고는 5km부터 달리기 연습을 시작했다. 이전에는 뛰어본 적도 없었고 달리기에 크게 흥미를 느낄 계기가 있지도 않았다.
달리기 하면 무작정 일정 거리를 뛰는 그런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달리기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뛰어 넘는 게임이었다. 나이키런앱과 같은 달리기 어플,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내가 달리는 속도와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번엔 이보다 조금 더 빨리 달리고 싶고 더 멀리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스스로를 뛰어 넘는 목표를 가지고 하는 운동이란 것이 다른 어떤 운동에서도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5km는 늘 힘들고 먼 거리였다. 스무 번쯤 달렸을까. 5km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졌다. 10+1km 뉴발런온 대회를 앞두고 8km까지 달려보고는 대회에 참가했다. 달릴 수 있을까, 다리에 쥐가 나지는 않을까. 달리다가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것을 모두 뛰어넘고 11km를 완주했다. 성취감은 대단했다. 나 아직 살아 있구나.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이루려고 노력하면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성취감이었다.
완주의 성취감만큼이나 좋았던 것은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느껴지는 에너지였다. 도로를 가득 메운 러너들의 건강한 기운이 달리는 내내 전해졌다. 달리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버티기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 옆을 바라보면 똑같이 힘든 표정으로 꾸역꾸역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싶은 동질감. 그들로부터 위로를 얻고 힘을 얻어 끝까지 달리고 나면 그 많은 참가자들에게 친밀감마저 느껴졌다.
달리는 동안 함께하는 심장의 고동소리와 리듬감은 매력적이다. 달리는 내내 헉헉 하는 호흡이 함께하지만 먼 거리를 달리다보면 호흡은 일정한 리듬을 갖게 되고 힘들고 고통스럽기보다 내 몸 스스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달리기뿐만 아니라 새벽에는 수영을 하거나 헬스를 한다. 수영을 한지가 벌써 20년이 넘을 만큼 오래도록 수영을 해왔다. 달리기는 수영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었는데 그게 무엇일까 가만 생각해보니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있다는 차이였다. 수영도 대회가 있겠지만 달리기 만큼 많은 대회가 있지 않다. 수영대회라고 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이 되는 사람들이 참가하여 순위를 정하는 경기지만 달리기는 잘하는 사람도 못하는 사람도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달려 기록을 남긴다. 그러다보니 잘 달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만족을 찾을 수 있다. 완주를 한다면 패배자가 없는 운동이었다.
건강한 몸을 만들어가는 즐거움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보면 달리는 사람은 근육도 골격도 달리기에 적합한 몸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달리는데 불필요한 지방은 점차 제거되고 근육 또한 꼭 필요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래서일까. 달리기 대회에 참가해보면 오래 달린 사람의 몸에서는 탄탄한 느낌의 근육이 느껴진다. 균형잡힌 몸을 만드는데에는 달리기 만큼 효과적인 운동도 드물다.
이런 저런 달리기 대회로 주말이면 도로에 러너들이 가득한 계절이다. 달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저렇게 달리나 생각하겠지만 한번 달리기에 빠져 본 사람은 부러움 가득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첫 시작은 누구에게나 있다. 10km를 처음부터 달리게 되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는 사람도 없다. 누구나 1km부터 차근차근 달리기를 시작해보면 10km를 달리는 날도, 21.0975km 하프마라톤을 달리는 날도 온다. 풀코스를 뛰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무엇보다 느슨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 목표를 세우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10km를 달리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거리를 달리기 위해, 혹은 그 거리를 전보다 조금 더 빠른 기록으로 달리기 위해 일주일에 두세번 달리는 시간을 만들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 성취감과 매력이 달리기에 있다.
그렇게 매력적인 달리기의 세계에 어서 빨리 발을 디뎌보시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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