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이글 54회_이글_필연_170101
그는 자신이 가장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되었다.
그 나무는 자신이 가장 튼튼한 나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나무는 가장 먼저 베어지는 나무가 되었다.
그 바람은 자신이 가장 멀리 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바람은 가장 먼저 사라지는 바람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가장 비겁한 사람이 되었다.
그 책은 자신이 가장 오래 읽힐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책은 가장 오래 읽어야 하는 책이 되었다.
그 산은 자신이 가장 오르기 어려운 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산은 아무도 오르지 않는 산이 되었다.
그 새는 자신이 가장 높은 곳까지 날 수 있는 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새는 함께 나는 새가 없는 새가 되었다.
그 책장은 자신이 가장 똑똑한 책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책장은 가장 무거운 책장이 되었다.
그 바다는 자신이 가장 재미없는 바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바다는 모두가 건너고 싶어 하는 바다가 되었다.
그 여우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여우는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그 아이는 자신이 가장 외로운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그늘을 가장 잘 알아보는 아이가 되었다.
또 누군가는 자신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이 끝나기 전까지, 나는 나조차도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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