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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섬 Jun 11. 2019

서로의 길

이책이글 58회_이글_지루함_170211

아이는 땅에 닿아있는 순간보다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더 긴 것처럼 보였다. 동네 놀이터에는 자주 갔었지만, 이렇게 큰 놀이공원에 온 것은 처음이라 눈에 보이는 것마다 신기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보통 그러하듯 회전목마를 타면서 온 얼굴을 사용하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이의 아이들의 엄마들이 보통 그러하듯 그녀는 아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아이가 말에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면서 아이가 그녀의 방향으로 올 때마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놀이공원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사람의 감정을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어느 쪽으로든.


회전목마에서 내려온 아이가 그녀에게 달려와 안겼다. 어느새 안아 들지 못할 만큼 무거워진 아이였지만, 그녀는 이런 순간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이가 다음 놀이기구 쪽으로 손가락질을 하며 발을 굴렀다.


아이는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자란다.

그 성장에 대비할 시간은 언제나 부족하다.


바이킹을 타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를 간신히 달래고, 겨우 다람쥐 모양의 찻잔을 좌우로 마구 돌리는 놀이기구에 태웠다. 그녀도 한때는 그 놀이기구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이는 언제 바이킹을 타고 싶었냐는 듯이 온몸을 사용하며 찻잔을 돌렸다.


그녀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것은 아이인데, 그녀가 지쳐있었다.

아이에게서 완전히 눈을 떼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 벤치가 보였다. 그녀도 앉고 싶었다.


벤치 옆에는 놀이공원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무리를 짓고 있었다.

사람들은 놀이기구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먼 산이나 바닥을 보면서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애쓰며 어색하게 모여있었고 서로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다.

그도 그 무리 안에 있었다. 어딘가를 보고 있었지만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그도 몰랐다. 다만 놀이기구 사이에 있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눈을 둘 곳이 필요했다.

머리 위로 열차가 지나갔다. 사람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는 쳐다보지 않았다.

반쯤 감긴 그의 눈은, 거실 소파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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