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와 "번역사"를 엄밀히 구분해서 쓰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원을 하든 공고를 내든 직무명을 적어야 하는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그렇다면 지원자는 둘 중에 어느 용어를 사용해야 할까요?
저는 "번역사"가 좀 더 겸손하고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미 "-가"(家)는 자기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한테 어울리거든요.
- 작가, 대가, 요리 연구가, 평론가...
위의 명칭에 붙는 "-가"는 모두 집 가(家)를 쓰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한자가 붙는 직업명에 "~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설명을 일관되게 붙였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제 해석과 비슷하게 어감을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어미 "-사"는 그런 가치 판단이 없기 때문에 '번역하는 직업'을 단순히 가리킬 때는 "번역사"가 더 적절해 보입니다.
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표현은 번역가(飜譯家)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번역사"라는 명칭이 오히려 오만하게 들릴 수 있겠습니다. 어미 "-사"가 대개 전문직에 붙는데, 번역 일이 그런 급의 전문직이냐는 거죠.
- 의사, 판사, 변호사, 검사, 노무사, 법무사...
물론 "-사"에 대응하는 한자는 師(의사), 事(판사, 검사), 士(변호사, 노무사, 법무사)로 각각 다르지만 우리가 "사짜"라고 할 때 그런 걸 신경 쓰긴 하나요?
참고로 우리말샘에 등재된 "번역사"의 한자 표기는 飜譯士입니다.
저는 채용 공고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잡코리아 등의 채용 정보 사이트에 게시된 번역 에이전시 공고에는 "번역가"가 주로 쓰이고, 대학원 통번역센터 채용 공고 게시판에 보이는 일반 기업 공고에는 "번역사"가 주로 쓰이는 편입니다. 저라면 번역 에이전시에 지원할 때는 "번역가", 일반 기업의 인하우스 번역사로 지원할 때는 "번역사"를 사용할 것입니다.
본인이 채용 담당자라면 위의 기준을 고려하여 용어를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사내에서 기존에 쓰던 용어가 있다면 그것이 우선하겠죠.
본인이 지원자라면 지원하는 회사의 공고에 나와있는 대로 "번역사"와 "번역가" 중 선택하여 쓰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