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율밤 Dec 09. 2022

오롯이 내 무게를 견뎌 보는 일

혼자 산다는 건 말야

예전에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결혼을 하면 무슨 느낌이냐고, 물어보는 나이 어린 사람에게 어떤 형이     


‘그게 말이지. 여자 친구가 집에 놀러 왔는데, 돌아가지 않는 거야. 이제 슬슬 게임도 해야 하고 내 시간도 보내야 하는데, 여자 친구가 계속 우리 집에 있는 거야.’라고 대답하는 글이었다.     


결혼을 해서 산다는 게 그런 느낌이라면 혼자 사는 건 무슨 느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백이면 백 각각 다른 대답이 나올 것 같은 이 물음에 나라면 오롯이 내 무게를 견뎌보는 느낌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이 ‘무게를 견디는 일’이라는 말은 유튜브로 운동 관련 영상을 보면서 들었던 말이다. 내전근(허벅지 안쪽 근육) 운동을 하려면 누워서 다리를 들고 움직이는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영상을 따라 운동을 하다 보면 “윽.” 소리가 절로 나게 힘이 드는데 운동 가르쳐주는 유튜버가 영상 중에 그런 말을 했었다. 이 자세로 운동을 하다 보면 자기 다리가 이렇게 무거웠나 싶을 거라고. 평소에는 따로 의식할 일이 없지만 무게를 감당하며 움직이다 보면 비로소 무게감을 자각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 사는 것도 비슷한 일인 것 같다. 혼자 살다 보면 가족들과 함께 살 때 혹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나’라는 인간, 한 사람만큼의 삶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게 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모든 것이 귀찮은 날에도 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일을 할 사람이 나 뿐일 때, 내가 번 돈으로 살림살이를 꾸릴 때, 바깥에서 피곤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어두운 방에 불을 켤 때,      


그야말로 누군가의 도움이나 개입 없이 삶을 영위하고 있을 때 ‘혼자 사는 게 이런 건가.’ 하고 결코 만만하다고 할 수 없는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적고 보니 누군가 내게 물어볼 것만 같다.

‘되게 힘들게 들리는데 왜 혼자 사세요?’라고.     


그러면 나는 적잖이 당황하며

‘저희 아부지가.. 나갈 땐 네 맘대로 나가도 들어올 땐 네 맘대로 안된다고 하셔서..’

라고 대답할 것 같기도 하지만,      


혼자 살아본 경험이 나의 미래에 필요한 과정임을 믿는다고, 사람, 삶에 대해 더 깊은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고 대답할 수도 있겠다.      


혼자만의 자유와 혼자여서 겪은 힘듦을 느끼고 이해하게 되었으니, 혼자 사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의 삶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미래에는 어떤 형태로 살고 있을지 아직 가늠할 수 없지만 혼자 살아본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 누군가 함께여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살짝 생겼다. (살짝, 아주 살짝이다)     


또, 한 사람의 삶의 몫과 무게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경험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으나)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기회는 아닌 것 같아서 감사하는 마음도 있다.      


그리고 혼자 산다는 것과 엮어서 종종 생각하는 말이 있다.     


“행복의 기본은 ... 자기 내부에서 발견하여 누리는 것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의지하는 인간, 오로지 자기 자신이 전부일 따름인 사람이 행복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쇼펜하우어 <소품과 부록>”     


어쩌면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혼자 산다는 것은 외부에서 행복을 기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부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자신만을 의지하는 강인한 사람이 되게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도 여긴다.     

언젠가 혼자 산다는 건 무슨 느낌인지, 어떤 의미인지 1인 가구들이 자기 자신만의 대답을 공유하는 자리에 가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실은 아직도 혼자 사는 게 무서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