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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Mar 01. 2023

오늘의 후회

쓰는 엄마 글감 : 기억에 남는 후회 


 늘 어제를 후회하는 나로서는, 매일 후회 한 조각이 늘 시간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정확히는 어제의 나를 후회하는 것이겠지. 요즘 들어는 그 후회의 여파가 더 와닿아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더욱 후회가 더 많아지는 날들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서 잠깐 간단한 청소와 설거지를 매일마다 하고 나갔으면과 같은 일이다. 그 작은 나비짓은 그 시간이 지나서 하원시간의 나를 후회하게 만든다. 등원시키고 바로 했으면 좋을 것들을, 하원을 앞두고 마음 급하게 청소하고 집을 정돈하며 지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지친 상태로 아이를 맞이하면 나도 쉬고 싶은 마음에 아이와 놀이터를 가는 길에도 재잘거리며 수다를 받아주는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저녁을 준비하며 빨리 저녁 먹고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 것이다. 그러다 저녁에 아빠가 퇴근해서 와서 같이 놀다가 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면 재촉하게 된다. 그리고 지쳐서 잠들게 된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늦게 잠이 들면 또 결국 아침에 서두르게 되고 다시 쳇바퀴처럼 반복한다. 이런 날들이 하루 이틀이 쌓이기 시작하면 점점 후회의 작은 조각이 돌이 되어서 나를 점점 짓누른다. 그렇게 짓누르다가 한 번은 집안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집을 다 뒤엎고 만다. 사실은 집이 아니라 나를 뒤집어엎고 새로 바꾸고 싶었던 것일 것이다. 그렇게 한번 새로 대청소와 정리를 끝내고 나면 다시 후회하지 않을 짓을 하겠다며 마음먹어본다. 그러던 날들이 지속되다가, 또 후회는 먼지처럼 작게 쌓이기 시작하고 그 먼지 덩어리가 어느 순간 눈에 띄게 되면 나는 또 후회의 돌을 마음에 얹게 된다. 


 새해가 지난 지는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조금 나와 타협해서 음력설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한 달이 지나고 있다. 늘 새해의 결심과 새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작아지고, 타협하게 된다. 어제의 나를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는 것은 왜 이렇게 사소한 것으로 어제의 나를 탓하게 만드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어린이집 가방에 식판을 챙겨놓을 걸, 전체 청소는 아니더라도 매일 방 하나씩 만이라도 치우고 나갈걸, 일은 몰아서 밤새지 말고 하루에 하나씩 해놓을 걸, 그 약속은 취소하고 해야 할 일부터 먼저 할 걸과 같이 그 리스트만 해도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지금만 하더라도 이 글을 쓰다가, 다른 글을 썼어야 하나 후회가 되니까. 정말 후회라는 것은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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