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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Jul 11. 2023

프로시작러 엄마의 이중생활

2023 창업수기 공모전 응모작

<대리님, 쉬시면서 유럽여행이라도 다녀오시죠>

  육아 휴직을 앞두고, 나의 일을 인수인계받는 후임에게 들었던 응원의 말이었다. 당시에는 3개월의 육아휴직이 보편적인 회사의 분위기에서 이례적으로 12개월의 육아휴직을 받으면서 나의 빈자리를 부탁하는 마음이 쉽지는 않았다. 그만큼 후임은 임신한 상태에서도 출퇴근 도합 3시간의 거리를 오가는  나를 걱정해 주었다. 하지만 미혼의 신입사원이 느끼는 '육아휴직'은 중간에 유럽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기간으로 밖에 느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의 마음과 달리, 나의 상황이 오래도록 회사에서 머물 수 있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다. 휴직 인사를 하며  '생각보다 오래 쉬시네요, 그동안 감이 떨어지시지 않을까요, 열정적으로 너무 잘하시는 분인데 아깝네요.'라는 말을 들으며, 회사로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더욱 강해졌고 민폐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자격증 과정을 알아보기도 했고, 읽고 싶었던 책을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그 다짐을 더욱 단단히 만들었다. 


<엄마를 위한 창업캠퍼스를 만나다>

 아이를 낳고, 모든 패턴들이 변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점점 복직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복직을 앞두고 받을 수 있는 여러 교육들을 찾는 중에 '구글캠퍼스포맘'의 지원 공고를 보게 되었다. 엄마를 위한 창업교육이라니, 창업이라는 말은 나에게는 아주 먼 미래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복직을 앞두고 생각해야 할 여러 문제 들 중 하나를 풀어내는 방법 중의 하나가 창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서류 통과를 하고 면접 통보를 받았다. 당장 아이를 어떻게 맡겨야 할까 걱정했었는데, 화상 면접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를 아기띠로 등에 업고, 아이의 자는 시간에 맞춰서 화상면접을 진행했다. 처음 해보는 화상면접이어서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배려가 감사했다. 아이를 맡기고 갈 수 없는 상황이었을 때면 나는 아마 이 면접을 포기하게 되었을 것이다. 기술을 통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이때부터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달간 이어지는 매주 1회의 창업교육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교육을 들을 수 있었다. 시터분이 교육장에 함께 계시고, 아이의 놀이방 옆에서 창업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같은 동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들이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면서, 기르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자신의 경험들을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로 만들려고 모여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달랐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나의 사업 모델의 피칭 발표를 하면서, 많은 피드백을 들으면서 깨달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도록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직은 그것을 세상에 보여줄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요. " 나는 아직 회사에서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경력단절극복수기 최우수상 수상, 그러나 다시 퇴사>

 육아 휴직 중에 아이를 키우면서 자격증을 따고, 보육 환경을 위해 공동육아를 준비하며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등 성공적인 복직준비를 위한 노력을 했다. 그렇게 다시 회사로 복직한 첫날의 사무실 옆의 파티션 냄새를 아직도 기억이 한다. 내가 있어야 할 곳, 익숙한 이곳의 냄새를 맡으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재미를 다시금 확인했던 날이었다. 그런 열정을 가지고, 이런 치열한 시간을 이겨내고 있는 누군가를 위한 이야기들을 남겼었다. 그 이야기들은 경력단절극복수기로 최우수상을 입상하기도 했다. 수상하는 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수상의 기쁨보다 무의미하다고 느꼈었던 그동안의 치열한 고민과 시간들을 인정받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성공적으로 복직을 이어나가고 싶고, '복직하고 몇 개월 못 견디다가 퇴사하지 않을까'라는 시선도 극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온 전화만 보면 마음을 두 군대며 여자화장실로 들어가서 조급히 받는 날들과 퇴근시간에 가까워져서 회의가 잡히면 시간이 늦어질까 조마조마했던 날들이 많아지면서 나의 열정에 대해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물음은 내 일에 대한 가치에 대한 부분이었다. 


<프리랜서에서 창업가로 엄마의 이중생활을 시작하다>

 그렇게 양가 부모님의 도움이 없이 일과 육아를 맞벌이로 병행하기에 체력의 한계와 비전에 대한 부분에 계속 부딪혔다. 그 벽의 문을 여는 것은 바로 퇴사였다. 타의적인 퇴사였지만, 일에 대해서는 주체적이고 싶었다. 집으로 가져온 퇴사 후 사무실의 책상과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어떤 일을 쌓아왔을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 일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사팀과 조직개발 업무를 맡으면서 '역량'이라는 부분을 해설하고 코칭하는 업무를 가장 즐거워했고, 이 것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무도 일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나의 일을 만들어갔다. 그동안 해온 일들의 레퍼런스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 정리를 바탕으로 강의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강의는 무료 강의와 무료 컨설팅으로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했다. 운전도 못하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선에서 나의 최선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거리상으로 먼 곳도 바로 출강을 할 수 있는 강사가 아니기 때문에, 메일로 전달하는 온라인으로 컨설팅을 진행해도 무리가 없도록 다양한 템플릿과 툴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소기업에서의 근무 경험 상 커리어 로드맵이 중구난방이고 일원화되어 있지 않는 특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주니어 사원들을 위한 커리어 역량 자가 진단 툴과 로드맵을 준비하며 레퍼런스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번 받은 사람이 소개를 해주고, 소개가 이어지면서 프리랜서로서 5년간 컨설팅과 강의를 이어오게 되었다. 그러다가 맞이한 코로나라는 시기에는 이런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자가진단과 템플릿 코칭에 대한 니즈가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와디즈 펀딩과 강의와 컨설팅을 통한 시장 조사를 토대로 웹 상으로 이어지는 비대면 커리어 큐레이팅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ICT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 앱으로 만들어서 나와 같은 경력 보유 여성/은퇴자들의 커리어 코치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의 시작인 <마이 날자>의 구상이었다. 6년 전 구글캠퍼스의 피칭 발표에서 받았던 피드백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마이 날자>로의 비즈니스가 나오게 된 것이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로  2022년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사업에 도전하게 되었다. 영화제의 신인상은 평생에 딱 한번 받을 수 있는 상이라고 한다. 나에게 예비창업패키지는 마치 신인상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고 6년간 기다리고 있었다. 사업자등록증을 처음 낸다면,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나의 아이디어에 대한 검증을 받은 뒤에 하겠다는 나 스스로의 약속이기도 했다. 그렇게 예비창업패키지의 최종 면접의 피칭발표까지 오게 되었다. 15분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에 대한 면접관의 질문에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6년 전, 저의 첫 피칭에서는 아무도 질문을 해주지 않으셨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제일 감사한 것은 여러분들의 질문이었습니다. 저의 비즈니스를 들어주시고,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말을 하고 나니, 면접의 결과가 어떻든 너무 감사하고 후련했다. 매 시간 동안의 나의 고민과 방황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누군가는 그 시간의 의미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지속하다>

 2022년 예비창업패키지에 합격을 하고, 교육을 수료하며 아이디어에 있었던 구상을 비즈니스로 만들기 시작했다. 예비창업패키지의 합격은 사업의 완료가 아니라 시작일 뿐이었다. 그동안 책으로만 알아왔던 창업과 고객과 서비스를 직접 대면하고, 비전공자로서 서비스구상에 대한 부분을 앱으로 구현하는 것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멘토분들이 함께 하면서, 창업자분들이 겪는 이 시점의 고민과 좌절을 이해해 주시고 격려해 주면서 방법을 찾아주는 것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예비창업패키지가 종료된 후 베타 서비스를 위한 버전 1의 <마이 날자> 앱이 만들어졌다. 혼자 준비했다고 하면, 이 <마이 날자> 앱은 5년 뒤, 10년 뒤에 만들어질 수 도 있는 아주 먼 미래의 위쉬리스트였다. 하지만 예비창업 패키지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였다.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것의 시작의 시간을 당길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 간 혼자서 준비해 왔던 것보다, 몇 배의 속도로 아이디어가 사업화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은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였다. 혼자서 일을 하게 되면, 자기 검열로 이 정도 아이디어로는 아직은 아니야 라는 말로 외장하드에 꼭꼭 박혀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비창업패키지 과정을 통해 나의 외장하드에 있던 컨설팅 템플릿 노트들과 레퍼런스들, 아이디어들은 모바일앱으로, 전자책으로, 디지털 상품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마이 날자> 앱은 그때의 나처럼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모두에게 균일하게 커리어 코칭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진화 중이다. 지금도 3교대 근무하고 있는 진로를 고민하는 직장인도 밤 12시에도 진단을 하고 자기의 진단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고, 20년의 근무 후 은퇴하시는 능력자 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역량코칭을 통해 새로운 잡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마이 날자> 앱은 항상 켜져 있다.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당기고, 용기 낼 수 있었던 것처럼 <마이 날자> 앱도 누군가에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과 용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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