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럽게 흔들거리는 완벽한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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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카페라떼에 들어가는 일반 우유 대신 귀리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흔히 오트라떼라고 부른다. 한 2~3년 전만 해도 오트라떼를 선택할 수 있는 카페가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꽤 쉽게 볼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 귀리우유로는 라떼아트가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일반 우유보다 조금은 더 부드러운 텍스처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언젠가 단골 카페에서 오트라떼를 주문하고 커피를 받았는데 일반적인 라떼에 그려져 나오는 것과는 다르게 어리둥절한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주인장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작은 돌연변이네'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카페에서도 귀리라떼만 시키면 만들어질락 말락 하는 그런 하트가 나오기 일쑤였다.
그러니까 다수의 경험을 통해, 만드는 사람의 마음에 의도가 있지만 어떤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조금 어색한 하트가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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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꼬리만 길게 쭉 빠진, 어떻게든 하트의 모양을 만들려고 발버둥 치는 이 비뚤배뚤한 라떼아트를 좋아한다. 커피를 받고 가벼운 웃음이 나오는 건 완벽하고 선명하게 그려진 백조나 줄줄이 뜬 하트보다는 세모나 마름모가 될뻔했고 완벽하게 매끄럽지 않은 어긋난 모양의 하트다. 어쩌면 그 엉성함에서 나의 모습을 보고 있나?
중요한 건 바리스타의 마음에 하트가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귀리우유로는 라떼아트가 잘 만들어지지 않으니 '아무렴 상관없잖아'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해야 할 일은 똑 부러지게 해야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런 느낌이 든다. 요즘 들어 귀리우유가 들어간 라떼를 꽤 마시고 있는데 왠지 그런 상냥함이 보여서 마실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진짜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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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계획보다 불완전한 시도가 낫고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내가 지킨 약속들이 나를 지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황은 매일의 치열함에 반비례하는 것 같아도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나선형의 계단을 타고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믿어야 하니까. 하지만 인간이라 어쩔 수 없이 드는 마이너스의 느낌을 바꾸는 건 결국 상황을 이용하는 마음에 있었다. 거침없이 시작하고 마음속의 생각이 행동까지 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면서 해야 할 일을 야무지게 해내는 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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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우라 야타로의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상황을 바꾸는 것도, 일을 진행시키는 것도 본격적인 도전의 힘입니다. '모든 걸 걸었다가 실패하는 것은 너무 무섭다'라고 꽁무니를 빼서는 최선을 다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하고 미지근하게 대처해서는 그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뜨겁게 타오르면 곤란합니다.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뭉근한 땅 속의 열 같은 진심을 오래 지속시켜야 합니다. 본격적으로 뭉근하게 일하는 사람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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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뭉근하게'라는 문장에서 Low key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본래 뜻은 '조용한', '절제된'이라는 의미이지만 최근에는 일상을 대하는 태도에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자기 과시와는 거리가 멀고 지나치게 요란하지 않으며 어떤 일이든 차분하고 은근하게 진행시키는 것.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보편적인 믿음을 중심으로 조용한 리듬을 탄다. 뭉근한 끈기를 바탕으로 일관성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절제된 힘이 존재하고 그 힘은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 증명된다. 로우키는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일상을 가꿔가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매일 사랑스럽게 흔들거리는 완벽한 하트를 보다가 로우키 방식의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들을 본다.
그리고 이 모든 생각을 했다.
*마쓰우라 야타로,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