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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언니 수니 Dec 21. 2024

무인성도 공부 잘한다?

무인성 사주 공부 방법

도입부:무인성과 공부의 관계


무인성 사주는 공부와 인연이 약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책을 거의 읽지 않고도 공부는 꽤 잘하는 편이었다. 초중고 시절, 교과서만으로도 성적이 괜찮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나의 학습 스타일이 재성 스타일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재성 스타일은 논리와 구조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학습 방식이다. 반면, 인성 스타일은 독서를 통해 인간의 심리와 세상을 이해하며 깊이 있는 사고를 발전시킨다. 이 글은 무인성 사주를 가진 내가 재성 스타일로 공부했던 학창 시절의 경험과, 무인성에도 성취 가능성이 있음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이미지 저장 장치 같은 기억력


초등학교 시절, 나는 책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동화책이나 위인전 같은 것을 읽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모두 “당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내가 읽은 유일한 책은 교과서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푸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학습 방식은 재성 스타일에 가까웠다. 마치 이미지 캡처 도구처럼, 내가 본 장면이나 글을 머릿속에 사진처럼 저장할 수 있었다. 시험을 볼 때, 특정 페이지와 줄 위치까지 떠올리며 답을 찾곤 했다.


더욱 놀라운 건, 길을 걸어갈 때마다 내가 지나친 건물들과 간판들을 정확히 기억했다는 것이다. 마치 내 뇌에 구글맵이 내장된 것처럼, 한 번 가본 길은 잊지 않았다. 남편에게서 "인간 내비게이션"이라는 별명을 들은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능력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 성적은 괜찮았다. 한번 본 건 잊지 않는 기억력 덕분에 시험 준비도 수월했다.


하지만 교과서 외의 세계로 나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유일하게 관심을 가진 건 우주과학 백과사전이었다. 별과 행성, 우주의 신비를 탐험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미래에 대한 상상은 나를 설레게 했지만, 과거의 역사나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다룬 책은 여전히 멀게 느껴졌다.



중학교 시절: 독후감과의 사투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책과 친해지지 못했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독후감을 써야 하는 숙제가 있을 때마다 나는 고통스러웠다. 한 번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으라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정말 처음부터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억지로 책장을 넘기다가 결국 포기했다.


발표 시간, '설마 나를 지목하겠어?' 하고 속으로 바랐지만, 선생님이 내 번호를 부르자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겨우 생각난 건 두 주인공의 학창 시절 이야기 같았고, "친구의 우정이 중요하다"라고 엉뚱하게 해석한 독후감을 발표했다. 발표를 마치고 앉으면서 나는 땀이 범벅이 되었고, 발표를 잘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친구의 발표를 듣고 난 뒤에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 친구는 『데미안』을 "자아실현과 틀을 깨는 성장의 이야기"라며 깊이 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공부도 잘하는 그녀는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나는 교과서를 벗어난 공부는 멀게만 느껴졌고, 인문학적 소양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고등학교 시절: 하이틴 로맨스와 첫 책 읽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책 읽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그러다 이유 없이 공부하기 싫었던 방학 한 달, 교과서를 아예 펼치지 않고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우연히 여동생이 읽고 있던 아주 얇은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심심해서 책을 들었다가 초반부를 읽고 다시 덮었다. 이해도 잘 안 되고 재미도 없었다. 며칠 뒤 다시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책을 펼쳤다. 중반부에 접어들자 남자와 여자의 연애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었고, 결국 마지막까지 책을 읽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교과서가 아닌 책을 끝까지 읽어본 순간이었다.


이 경험은 내 성격 파악에 도움을 주었다. 재성 스타일로는 수학과 과학처럼 문제 해결 중심의 과목에서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었지만, 많은 소녀들이 쉽게 읽는 하이틴 로맨스조차도 나에겐 여전히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이 경험은 내가 인문학적 감수성을 살짝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재성과 인성의 공부 방식


돌아보면, 무인성 사주를 가진 나는 인문학보다는 재성 스타일에 맞는 과목에 흥미를 느꼈다. 수학과 과학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재미가 있었지만, 역사나 문학은 단순 암기로 접근했다.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기억에서 사라졌다.


반면, 인성이 많은 남편은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고, 국사, 세계사, 지리를 깊이 이해했다. 그는 시험을 준비하지 않아도 백 점을 맞는 반면, 나는 단기 암기로 시험을 치렀다.


공부는 인성과 재성 중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면 인성 스타일이 더 유리할 수 있고, 논리와 구조가 중요한 과학이나 수학에서는 재성 스타일이 빛을 발한다.



무인성 학창 시절을 돌아보며


무인성 사주는 공부와 멀다고 평가받을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재성 스타일로 접근한 공부방식으로 오히려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향과 맞는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무인성 사주를 가진 자녀가 있다면, 인문학적 관심을 키울 기회를 주되,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재성 스타일로 잘할 수 있는 과학이나 사회과학 분야를 탐구하도록 돕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인성운이 들어온 대학교 시절,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다음 편 예고


무인성 사주 수니가

인성운이 들어왔던

대학교 시절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다음 연재 글에서 만나요. 

독자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특히 편집자 여러분 눈길 좀 주세요.

편집자님이 최고라고 말해줄 때까지 고고씽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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