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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11. 2020

K-pop을 사랑하는 소녀들과의 만남

2)  K-pop을 사랑하는 소녀들과의 만남


우리는 멕시코시티에서 9일간 머무르며 다양한 곳을 방문했다.  Teotihuacan, Biblioteca Vasconcelos(영화 인터스텔라의 배경이 되었던 도서관), Museo Soumaya(로댕의 작품이 상당히 많은 멕시코 통신회사 대표의 부인 이름을 딴 개인 미술관), Templo Mayor, Catedral Metropolitana, 예술궁전, Coyoacan(화가 프리다 칼로의 생가가 있는 지역), Chapultepec, 국립 인류학 박물관, 죽은 자의 날 행사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한 곳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 말고도 동네 마트며 재래시장, 각 곳의 골목 등 다양하게 멕시코시티를 즐겼다.



1. 예술궁전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서.   2. 국립 인류학 박물관 분수대   3.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왔던 도서관에서.



위의 방문지 등을 보면 유독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박물관은커녕 미술전시 한번 가보지 않는 우리는 유독 외국에만 나가면 마치 문화인인 것처럼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다닌다. 찰스의 성향이 원래 그런 것인가... 나는 통 재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곳에 와서는 여기는 가봐야 한다는 그런 사고가 나에게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막상 박물관을 방문하면서도 내가 왜 여길 가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여러 유물들... 역사적 지식이 없는 나에게는 그저 빗살무늬 토기나 거기 있는 질그릇 들이나 다 똑같이 보이는 건... 비밀... 심지어 국립 인류학 박물관은 찰스의 성화로 두 번이나 방문했다는 사실. 나는 그곳의 유물보다는 박물관 안뜰에 멋있게 서있는 분수대와 비 오는 멕시코시티를 감상하는 것이 더 좋았다. 국립 인류학 박물관이 있는 Chapultepec공원은 그 규모가 꽤 크다. 그곳에서의 산책과 군것질은 내가 지구 반대편에 와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것을 실감 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약 20년의 학원생활 동안 거의 대부분을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았던 나로서는 이런 여유와 휴가가 꿈만 같은 일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매해마다 연말에는 여행을 다녔고 가보고 싶은 곳도 아쉽지 않게 가 보았다. 하지만 약 1년 간의 휴식이라는 것은 내 인생에서 상상을 할 수 없는 진정한 꿈이었다. 그래서인지 여행 초반부인 멕시코시티에서의 나의 감정은 마치 꿈속을 거닐고 있는 것과 같았다.


하루는 멕시코시티의 센트럴 지역으로 가서 Templo Mayor와 Catedral Metropolitana, 교육부 건물 등에서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등을 보기로 했다. 우선 소깔로 광장을 찾아 간 후 성당을 보고, Templo Mayor로 갔다.

14세기부터 시작하여 15세기까지 단계적으로 만들어진 템플로 마요르는 도시의 지하에 묻혀 있다가 발굴된 신전으로, 현재는 신전 하단 부분만 발굴된 상태이다. 돌 유적은 테노치티틀란의 중심지였던 신전의 흔적으로, 바깥에서도 그 모습 일부를 관찰할 수 있다. 템플로 마요르 내부에는 아즈텍인이 신성시 여긴 뱀, 개구리 조각상과 명상을 하던 독수리의 집(La Casa de la Aquilas) 등이 자리하고 있고... [네이버 지식백과]


Templo Mayor는 이런 곳으로 지하 부분만 있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지상 바깥쪽으로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다. 그러니 이곳에서의 관광이 내게는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날은 덥고 하니 그냥 더위를 피할 겸 시원한 박물관으로 들어가서 전시된 유물들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걷고 있었다. 여러 전시물들을 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그때, 그곳의 경비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너희 한국에서 왔니?” 라며 물어보고는 그렇다고 하니 그럼 옆에 있는 학생들과 사진을 찍어 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엥? 왜? 알고 보니 그 친구들은 K-POP을 엄청 사랑하는 친구들로 Black Pink를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그들 눈에는 그냥 아무나 한국인이면 다 좋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 소녀들이 한국인을 발견하고선 영어도 잘 못하고 부끄러워서 경비아저씨한테 대신 말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한 모양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러 블로그에서 칠레 정도의 남미로 내려가면 한류팬들이 많아서 한국사람이면 마치 연예인인 것처럼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멕시코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사진 한번 찍어 주는 것이 무슨 대수겠냐 싶어 그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다. 그 후엔... 거기 있던 모든 학생들이 마치 내가 K-POP스타인 것처럼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너도나도 사진 한 번만 찍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 친구들 모두와 사진을 찍어주며 연예인 체험을 마칠 수 있었다. 연예인들은 이런 느낌이겠구나... 뭐 별로 나쁘진 않은데... 매일 이런 생활을 하면 어디 가서 화장실도 함부로 못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그 생활도 가히 좋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에서 K-pop을 좋아하는 소녀들과


연예인 체험을 끝낸 우리는 교육부 건물을 찾아서 이동을 했다. 가는 길이 시장처럼 여러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길에 있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시장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외국인들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아졌고 마치 명절을 앞둔 남대문 시장처럼 엄청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때 당시는 멕시코 최대 축제인 죽은자의 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명절을 앞둔 우리네 재래시장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시장길은 끝이 나질 않고 주변 상인과 길에 물건을 펼쳐놓고 파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한 30분쯤 출구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그곳에선 구글 지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혼란 그 자체였다. 한참을 교육부 건물을 찾아 헤매던 우리는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가기로 했고 마침내 그 혼돈의 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때 까지만 해도 그곳이 그렇게 위험한 곳인지 잘 몰랐다. 나중에 찰스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아냈는데, 그곳은 마약에 취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고 범죄 또한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했다.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고 이곳이 바로 멕시코구나... 하면서 긴장의 끈을 다시 조여 맸다. 

우리가 머물던 나초네 민박이 위치한 곳은 서울의 청담동과 같은 부자동네이며 안전한 동네라고 했다. 그래서 민박집 근처에서 돌아다닐 때는 좀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멕시코시티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센트로 지역으로 나올 때도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나는 겁 없이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고 있다가 찰스에게 뒷덜미를 붙잡혀 한가한 쪽으로 끌려 나오기도 했었다. 어쨌든 언제나 휴대폰 및 지갑 분실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곳이 이곳 멕시코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한숨 돌릴 겸 해서 Templo Mayor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루프탑 카페로 들어가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과카몰리를 곁들이 나초칩을 먹으며 소깔로와 Templo Mayor 전경을 즐겼다.


1. Templo Mayor가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서.  2. 과카몰리를 곁들인 나초칩.  3. 카페에서 먹었던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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