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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11. 2020

Mexico City - 설렘 그리고 도착

1) 설렘 그리고 도착

캐나다를 경유하여 약 20시간 만에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 그동안 많은 여행지를 다녔고 또 방문 나라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해도 막상 낯선 공항에 도착하면 내가 아는 대로 돌아가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멕시코 시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첫 시작은 입국심사. 아무도 우리에게 입국신고서를 주지 않았고 (나는 당연히 비행기에서든, 공항에서든 비치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해외여행을 처음 하는 사람처럼 한참을 어벙벙하게 서 있으니 주변 분들이 쓰레기처럼 돌아다니는 종이를 한 장 집어주며 여기다 쓰면 된다고 가르쳐 줬다. 어찌나 고맙던지...


무사히 서류 작성을 마치고 드디어 입국심사!! 두둥!! 나는 지난 6개월간 아침저녁으로 수업을 들으며 스페인어 공부를 했다. 6개월간은 거의 스페인어에 묻혀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배움을 즐겼고, 스페인어 공부로 인해서 내가 진짜 남미에 간다는 실감을 하기도 했다. Wendy와 Moises! 두 선생님은 성향이 매우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내가 남미에 간다는 것과 그들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에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특히 Moises는 우리가 여행하면서 혹시 사기를 당하지 않을지,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지에 대해서 엄청 걱정하고 거의 매일 주의사항을 알려주며 나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온라인 상으로 만났지만 매일매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두 선생님을 만나면서 참 친해지기도 했고 실제로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현실 여건상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진 못했다. 아직까지도 참 아쉬운 일이다. 어쨌든 나는 두 선생님과 스페인어로 입국심사를 어떻게 통과해야 할지를 매일 리허설을 하면서 연습했고 나도 어느 정도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 드디어 우리의 차례가 왔다. 나는 당당히 “hola!!”(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입국심사관과 마주했다. “Hablo Español?”(너 스페인어 할 줄 아니?), “ Un poco!”(응, 조금 할 줄 알아),  “Español o Inglés?”(스페인어로 할래 아니면 영어로 할래?) “English please”(영어로 해주세요.) 그냥 이 몇 마디로 나의 6개월간의 노력은 그냥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아... 허무해... 그렇지만 나는 혹시라도 말 몇 마디 잘못했다가 입국이 거절된다든지 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야 했고... 사실 스페인어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괜히 말 잘못하여 짐 검사까지 당하면... 아 끔찍해!!!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영어가 된다는 게 어디야! (사실 영어 실력도 그답...) 속상했지만 어쨋든 무사히 입국심사를 통과하고 짐을 찾아서 밖으로 나왔다. 역시 내가 상상했던 멕시코답게 주변에는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한 두 감정이 교차되는 멕시코시티의 첫인상이 그렇게 다가왔다.


저녁 9시 정도에 공항에 도착했고, 남미 첫 입성이라 우리는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다소 비싼 감이 있었지만 픽업 서비스를 요청한 상황이었다.  20대  젊은 패기라면 몰라도 40대 후반인 우리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래서 각 나라의 첫 번째 숙소는 무조건 한인민박으로 정하고 주인 분들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잘한 일이고 실제로 우리가 여행을 안전하고 즐겁게 즐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공항 밖에는 나초네 민박에서 나온 Mozo 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Mozo는 20대의 젊은 친구로 멕시코시티에서 가이드를 겸하고 있는 나초네 민박의 매니저이다. 입국심사 과정에서 스페인어에 깊은 좌절감을 맛본 나는 유창한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Mozo가 한없이 부럽고 그 젊음이 한없이 부러웠다. Mozo와 함께 우버를 이용해서 나초네 민박에 도착을 했고, 너무 늦은 밤이라 일단 간단히 인사만 하고 우리는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그러나 정 반대의 시차와 해발 2600m에 달하는 멕시코시티의 고도로 인하여 우리는 쉽게 잠들 수 없었다. 30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가야 했고 마치 내 몸안의 모든 물이 빠져나오는 듯했다. 이건 아마도 캐나다에서 출발할 때 고산병 증상을 예방하고자 복용했던 비아그라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꿈에 그리던 Latin America에 도착한 첫날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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