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이 있다. 라면보다 쉬운 게 파스타라고, 정말 맞는 말이다. 시판 소스와 면만 있다면 파스타만큼 간단한 것도 잘 없다. 라면은 물 조절이 생명이지만, 파스타는 그마저도 필요 없다. 그저 적당히 면을 삶고 소스만 부으면 된다. 하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소스가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오늘은 소스가 없을 때의 이야기.
분명 소스를 얼마 전에 사두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물을 올렸다. 물이 끓고 면을 삶는 동안 양파와 새우를 준비해 팬에 올렸다. 모든 준비는 마쳤고 소스만 부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냉장고 안쪽에서 꺼낸유리병 속에는 곰팡이에 점령당한 소스만 있을 뿐이었다.
왜 이 시리즈가 스릴러물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소스를 새로 사기엔 이미 점심시간이 10분이나 지났고, 곰팡이가 핀 소스를 먹을 순 없었기에 원래의 계획이었던 간단 새우 로제 파스타는 물 건너 가버린 셈이다. 고민은 사치이니 얼른 노선을 바꾸어 레몬과 버터를 잔뜩 넣은 새우 파스타를 하기로 하자. 원래 있는 메뉴라기 보단 그냥 준비된 재료가 든 팬에 버터와 레몬즙을 추가한 게 전부이다. 비주얼도 나쁘지 않다. 집에 있던 (곰팡이로부터 살아남은) 고추 장아찌도 곁들인다.
§새우 버터파스타 만들기§
재료: 스파게티면, 냉동 새우살, 양파, 버터, 다진 마늘, 레몬즙, 소금, 후추 등
1. 냄비에 물과 소금을 넣고 면을 삶는다.
2. 팬에 버터를 넣고 썬 양파, 다진 마늘, 새우를 볶는다.
3. 새우가 익고 면이 익으면 면을 건져 팬에 넣는다.
4. 면수를 약간 넣어 촉촉하게 만들고 레몬즙과 소금, 후추로 간 한다.
5. 고추장아찌나 피클을 곁들이면 완성.
비주얼은 어쨌든 합격이다. 면도 멋스럽게 담아내고 고추장아찌까지 곁들이고나니 남은 점심시간 40분. 파스타를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즐긴다는 동사는 이 갑작스러운 파스타의 맛과 어울리지 못했다. 한마디로 맛이 희한했다. 레시피를 남기긴 했지만 오히려 시판 소스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참, 소스는 개봉하면 빨리 먹도록 하자. 아끼다 곰팡이 밥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