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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yell Oct 04. 2022

재택근무러의 점심메뉴 | 김치볶음밥

2022.09.27

나는 자취를 하지만, 매년 김장을 한다. 김치를 매번 사 먹자니 경제적으로 부담도 되거니와, 한국인의 김치 욕구를 채우기에 2%쯤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동생을 꼬드겨 김장이라는 연례행사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집에는 김치냉장고가 없다. 그래서인지 김장김치가 1년을 채 가질 못한다. 가을쯤 되면 꼭 하얗게 골마지가 끼고 만다. 걷어내고 먹어도 된다지만, 골마지가 꼈다는 것은 이미 김치가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다는 것. 맛있음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올해는 골마지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워 두었다. 김장 양념을 넉넉히 만들고, 남은 양념을 냉동시키는 것이다. 그럼 번거로운 과정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새 김치를 담글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의 메인재료는 가을 알배추와 작년 김장양념으로 만든 가을 김치 되시겠다.


이제 막 익어가기 시작하는 가을 김치로 점심메뉴를 만든다. 한국인이라면 본인만의 레시피가 하나씩은 있는 김치볶음밥이 오늘의 점심이다. 밥알 구석구석 스며든 피자치즈와 해자(垓字)처럼 주위를 둘러싼 계란물이 나의 킥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김치볶음밥 만들기 §


재료: 김치, 삼겹살, 밥, 피자치즈, 계란, 고추장

1. 삼겹살을 구워 기름을 내고 김치를 볶는다.

2. 밥을 넣고 볶다가 고추장으로 간을 한다.

3. 피자치즈와 함께 밥을 가볍게 볶은 뒤 팬의 가운데에 둥글게 모은다.

4. 소금 간을 한 계란물을 김치볶음밥 주변으로 둘러 약불로 익힌다.



양파와 스위트콘이 있으면 훨씬 풍부한 맛을 낼 수 있었겠지만, 장 보러 가는 시간이 아까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은 없으면 없는 대로, 느긋하고 약간은 부실한 김치볶음밥을 만든다. 살짝 덜 익어서 배추의 단맛이 느껴지지만, 그건 또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오늘의 점심. 치즈를 녹이느라 남은 시간이 35분밖에 없지만 덕분에 누룽지까지 알차게 즐겼다.

채 다 익지 못한 맛의 김치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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