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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 Feb 06. 2021

누가 내 기분을 좀 알아줬으면

회사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또 왜 [직장인의 기분] 이었을까.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지고,  주째 브런치에 글을 여유도 빼앗긴  허덕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글을 쓰는  좋아하고 누군가 읽어주는 글이라면  좋겠지만, 어째서 직장인의 기분 같은 글을 쓰게 되었을까. 안그래도 바쁜 이런 날들에 연재를 이어가지 못하는 글은 마음에 짐이 되는 일인데.

그건 아마도 내 기분을 누가 좀 알아줬으면 해서였을 것이다.

내가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가장 많이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그곳에서, 내가 어떤 일들을 겪고 또 거기에 대해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말하고 싶은 욕망.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을 때, 사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약간 어색하지만 대체로 밝은 미소를 걸고 대답했을 때, 정말은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런 것, 기분 같은 건 별 것 아닐 수도 있고, 아마도 회사는 누가 기분을 알아주는 곳 따위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상관없다. 더 나아가 회사에서 자기 기분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너무 영향을 받거나, 그 기분이 퇴근하고까지 이어지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아마추어여도 좋은 나에겐 무용한 이야기다. 사실은 프로답기 위해 인간답지 못하게 사는 것엔 질렸다.

그게 내 기분이다.


조직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은 으레 작아진다. 그 조직이 한국의 대기업이라면 더 심할 것이다. 그곳에서 한 사람이 느끼는 기분만큼 무심히 취급받는 것도 없을 듯하다. 그게 싫었다. 그곳에선 나 자신조차도 나의 기분을 명확히 알지 못한 채 뭉개고 넘어가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그 기분을 퇴근하고 조용한 집안에서 갈무리해야겠다고 느꼈다. 누군가에겐 운동이, 명상이, 친구와의 수다가, 맛있는 음식이 그 방법이겠지만 나에겐 글쓰기였고, 그렇다면 정말 제대로 써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나와 타인들에게, 내가 느끼는 기분을 제대로 말해주어야 겠다고. 그리고 또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을 누군가들에게 닿고 싶다고.


 회사는 그런 곳이 아니야.


으레 그런 충고를 한다.

회사는 너의 기분을 세심하게 살펴주고 맞춰주려고 있는 곳이 아니라고. 그런지 안그런지 그게 당연한지에 대해선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그래도 난 내 기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사가 그런 곳이 아니라면 나는 내 기분에 대해 더 열심히 말하겠다고.

무엇보다 내가 회사에서 느낀 기분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겪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좀더 잘 알게 될 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해서도 더 많이 배우게 되고, 내가 회사에서 또는 회사를 나가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감정과 생각이 점점 뭉툭해지고 촌스러워지는 대신, 예민해지고 분명해진다. 스스로의 기분을 함부로 대하고 뭉뚱그리는 것에 익숙해지면, 언젠가는 느끼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사실은 다들 괜찮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누군가 자신에게 고압적으로 구는 게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는가. 손이 빠르지 않고 돌아가는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늘 눈치를 보는 게 어떻게 괜찮을 수 있나. 아무도 설명해준 적 없는 시스템 때문에 일을 망쳤다고 비난받는 게 괜찮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괜찮지 않은데도 모두가 괜찮은 듯 보여야 하는 것은 인간답지 못하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 사회는, 조직은, 좋은 곳이라 할 수 없다.

그러니 무엇이 불합리하거나 불만족스러웠고, 무엇이 기쁘거나 자랑스러웠는지. 왜 그런지. 무엇이 바뀌어야 할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한 편 한 편의 글로 남겨가려 한다.

그것이 "직장인으로서 내 기분"을 글의 중심으로 한 이유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소하고 조그만 직장인의 기분들이, 배려받기엔 너무 하찮다고 여겨지는 그 감정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길 원한다.

앞으로도 바빠질테고, 허덕일테고, 글을 쓸 여유를 빼앗기겠지만, 느려도 꾸준히 계속해서 깨어 글을 써야지. 계속 올려야지.


그런 의미에서, 모처럼 토요일 오후가 되어 커피와 함께 글을 쓰니 내 기분은 지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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