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데로샤 Jun 11. 2020

동전이 사라진다고요?

나의 적십자 다이어리

옷 주머니에 동전 없이 다닌 지가 꽤 됐다. 현금을 쓰고 거스름돈을 받아올 때가 간혹 있지만, 집을 나설 때 동전을 챙겨 나가는 일은 거의 없다. 이제 웬만하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한다. 마트에 가서도, 식당에 가서도, 택시를 타도, 서점엘 가도 카드가 먼저다. 온라인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은행이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한단다. 최근 나는 동전을 어디에 썼을까 떠올려봤다. 지난달 가족모임으로 리조트에 갔다가 지하 오락실에서 딸아이 게임시켜주느라  동전을 썼다. 또한 집 근처 세차장에서 물세차하고 실내 청소하는데 썼다. 고작 이 정도다. 동전이 이미 내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그래도 한때 동전은 우리 같이 성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에 있어 요긴한 모금재원이었다. (현재도 그렇긴 하다) 기부는 스스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행해지면 좋다는데, 동전기부는 누구나 부담 갖지 않고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동전거래가 많을 때는 식당, 고속도로 휴게소, 공항에서 수거되는 모금들이 적잖았다. 많은 사람들이 물건이나 식사를 계산하고 남은 잔돈을 모금함에 넣고 간 까닭이다. 그들은 기부금영수증을 원하지도 않았으며, 마음 가는 대로 잔돈을 기부하고 떠났다.


지난날 기부금 업무를 담당할 적에 나도 모금함 수거를 자주 했었다. 모금함을 수거해서 사무실 테이블에 기부금을 쫙 깔아놓고 직원들과 함께 앉아 세곤 했다. 지폐, 500원, 100원, 50원, 10원, 외국돈은 외국돈대로 별도 분류했다. 손수 계수한 뒤에 단위별로 자루에 담아서 은행에 가져갔다. 은행직원이 기계로 계수를 해 주면 우리가 계산한 금액이랑 맞춰보고 이상이 없으면 기부금 계좌로 입금받는다. 이 일은 한번 앉으면 기본 반나절은 해야 해서 그때는 사무실에 동전 계수기 한 대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더러 하기도 했다.


연말연시 고속도로 톨게이트 모금 때도 동전이 제법 거둬진다. 12월에서 1월 사이 집중모금이 시작되면 봉사원들과 함께 고속도로 요금창구에 나가서 모금을 했다. 추운 겨울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기 좋은 시기다. 현금으로 계산하는 창구 옆에 서서 모금통을 들고 운전자분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잔돈을 받은 운전자들이 우리에게 거스름돈을 주고 가시면 그리 감사할 수가 없다. 지폐도 종종 들어왔다. 가끔 1만 원짜리 큰 액수가 나오게 되면 추위도 잊을 만큼 힘을 얻었다.


이런 일들이, 이런 추억들이 앞으로는 점점 사라져 갈 분위기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하이패스를 장착한 고속도로 이용차량이 늘어되고, 00페이처럼 전자식 지불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이제 곧 동전을 통한 모금은 점차 축소되었다가 없어질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효율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조짐도 보인다. 스타벅스처럼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매장들도 늘고 있지 않는가.


며칠 전 점심을 먹은 뒤 재원업무를 맡고 있는 L선배와 함께 회사 주변을 돌다가 모금함 얘기를 꺼냈다.

 

“요즘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모금함 있죠?"

"그럼 있지."

"모금은 어때요?”

"그전보다는 잘 안 돼. 몇 번 가던 거 이제는 한번 가는 거지 뭐."


어릴 적에 토큰이란 게 있었다. 버스를 탈 때 쓰던 토큰이 다른 수단으로 대체되면서 일상에서 사라졌던 것을 기억한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나의 아이의 아이가 사는 세상, 그게 너무 멀다면 그보다 가까운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이 "동전이 뭐예요?"라고 하는 일이 생기지 않겠는가.


시대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그래도 동전이 값진 나눔의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는 걸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기부는 뭐니뭐니해도 아날로그 감성이라 생각하는데, 기술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우리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지 지켜봐야겠다.






<사진 출처: 삼성카드 포스트>

이전 07화 행치재 호떡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