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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Jan 05. 2021

행치재 호떡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는 행치재라는 고개가 있다. 36번 국도가 이 곳을 지난다. 이 곳 행치재에는 두 가지가 유명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생가와 이 동네에서 파는 호떡이다. 물론 호떡은 내 기준이다.

(예전엔 생가였는데 이제는 평화기념관까지 갖춘 공원이 되었다)

행치재에 있는 반기문평화기념관


입사하고 이 길을 정말 번질나게 다녔다. 도내 북부지역인 충주, 제천, 단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평택-제천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이었다. 청주에서 출발해 제천까지 편도로 2시간, 단양까지 2시간 30분이 걸리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단양까지 2시간이면 간다)


청주에서 서울까지 차로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데 단양은 2시간 30분이 걸리니 "너 단양 출장 갈래? 아니면 서울 출장 갈래?"라고 누가 묻는다면 당연 "서울이요."라고 손들고 싶을 정도였다. 


국도로 출장가면 신호도 많고 고개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고,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도로상황도 살펴야 하는 등 운전에 주의할 일이 많다. 그렇게 출장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간지점이 바로 행치재였고, 간식으로 호떡을 먹었다. 


그런데 한동안 나는 이 행치재 길을 지나다닐 일이 없었다. 2014년에 본사 발령이 나서 거의 5년간 이 지역을 떠나 있었으니깐. 2015년에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했기 때문에 그 사이 다른 직원들은 실거리로는 엇비슷하지만 시간도 조금 빠르고 운전이 편한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얼마 전 나는 사무실 후배 Y와 함께 충주 출장을 가게 되었다. 오랜만의 외근이었다. 충주에는 헌혈센터가 한 곳 있는데, 센터 점검과 직원 사원증 사진촬영을 위해 방문하게 되었다. 갈 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헌혈센터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준비를 하면서 후배 Y에게 행치재를 넘어서 가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없다고 했다.


돌아갈 때는 시간차이도 나지 않아서 행치재 길로 가 보겠냐고 물으니 Y는 새로운 길도 익힐 겸 좋다고 했다. 나는 지나는 길에 그 곳에 있는 호떡맛집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행치재에 도착했고, 나는 후배에게 호떡을 사 주었다. 한 개는 내가 먹고, 두개는 후배가 먹고. 후배는 호떡이 어쩜 이리 얇고 기름기 없이 맛있냐며 좋아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청주로 돌아왔다.


직장생활 하면서 행정 일만 공유되는 게 아니다. 때론 어느 길로 가면 어디로 연결되고, 어디에 가면 뭐가 있다는 사이드 정보도 함께 알려주면 다 도움이 된다. 네비게이션이나 인스타그램이 그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지만 아직도 숨은 정보들이 있다. 다행히 후배도 만족하는 듯해서 나도 나름 기분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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