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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Oct 17. 2021

식탐 따라 ~ 골목 삼천리.


한참 바쁘던 시절, 국내외 출장을 밥 먹다시피 할 정도로 많이 다녔더랬다. 팔도강산 전국을 계절별로 다니다 보니 일도 일이지만 그 지역의 소문난 음식, 맛집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 고장의 제일 유명한 음식이 뭔가? 이미 알려진 곳을 찾아서, 때론 수소문도 하고, 현지인들에게 추천도 받아가며 레전드 맛집을 섭렵해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생겼다. 한번 맛 본 음식에 대한 느낌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가며 마치 진열장에 상장, 트로피를 채워가는 만족감이랄까.       


지금이야 얼마든지 간편히 손 안에서 모든 정보를 해결할 수 있다지만, 우리 딴엔 유명 맛집을 잘 아는 것도 재주이자 능력으로 쳤다. 신기하게도 전설의 맛집들은 주로 차도가 좁고 구불구불한 곳, 후미진 곳, 눈에 안 띄는 뒷골목에 위치한다. 세월의 역사를 먹은 노포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왠지 잘되는 집은 입지가 조금 불편해도 늘 손님이 찾아오기에 자산 만만 한 실력자들의 있기 때문이다.    

  

소문난 맛집 치고, 성공했다고 돈 벌었다고 가게를 확장해서 말끔, 깔끔히 단장한 이후 오히려 잘 나갈 때 보다 못하다는 케이스도 많이 접했다. 요즘처럼 미디어 춘추전국시대에 방송을 비롯해 유튜브까지 먹방, 요리프로가 넘쳐나는 시대는 이미 식객, 미식가, 식도락가들에 의해 전국의 맛집은 샅샅들이 파헤쳐진다.     

  

해외 여행길에서 만난 전설의 맛집, 레스토랑을 들리는 것도 잊을 수 없는 ‘훈장’ 같은 추억이다. 런던 뒷골목에 있는 유명한 피시 앤 칩스 음식점,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슈바인학세(독일식 족발) 레스토랑, 이스탄불 시내의 케밥 전통식당, 마드리드의 하몽, 빠에야 식당 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골목길 식탐이라 하자~ 맛있는 음식향 풍기는 골목도 우리의 경쟁력이다.      


한 출장지에서 2~3주 이상 장기 체류한 경우도 많이 있다. 프로젝트가 거의 마무리될 쯤이면 거진 반은 현지인이 된다. 지역의 맛집은 손안에 든 보물창고이다.      


수년간 국내 프로스포츠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농구 뭐 이런 인기 종목들이다. 정규시즌은 일정대로 움직이니 그렇다 치고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챔피언 시리즈는 각 구단의 연고지에 따라, 토너먼트 경기의 결과에 따라 다음 출장지가 결정되기에 힘든 일과 후 가까운 지역 맛집을 들리는 것도 중요한 밤의 일정이었다.        


한 트로트 가요의 가사처럼.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 하아~’ 순차적으로 가면 좋으련만 어디 현실이 그런가? ‘부산, 광주, 대전, 부산, 서울, 다시 대구, 전주, 서울 ~ 윽! 근 1개월을 하염없이 쏘다녔다. 한 달 동안 차량 이동거리가 수천 킬로에 달한 적도 많다.      

  

광주에 가면 상다리 휘어지는 남도 한정식, 오리탕, 생고기, 떡갈비, 추어탕이 선택지이고 부산은 곰장어, 생선구이, 돼지국밥, 광안리 횟집타운이...  대구는 어김없이 육개장, 막창, 찜갈비, 뭉티기 생고기를, 대전에 가면 딱히 없긴 하나 그래도 두부두루치기, 칼국수, 묵요리를 인천은 이에 비해 음식 천국이다. 물텀벙, 닭강정, 짜장면, 연안부두, 소래포구의 횟집들이 공략 대상들이다.     


참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엔 소문난 맛집, 먹자골목이 꽤나 많다. 아마 세계에서 음식 가짓수가 제일 풍부하고 다양하지 않을까?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지명. 지역 빼고 한번 읊어보자.    

   

순대골목. 돼지국밥골목. 한우골목. 삼겹살골목. 감자탕골목. 부대찌개골목. 떡볶이골목

족발골목. 닭한마리골목. 생선구이 골목. 곱창골목. 낚지 골목. 막창골목. 찜갈비골목. 

닭발골목, 꼼장어골목. 횟집골목. 닭요리골목. 닭갈비골목. 갈비골목. 물텅범골목. 

꼬막골목, 주꾸미골목. 과매기골목, 고래고기골목....      


세보자니 한도 끝도 없다. 내가 모르는 종목도 많으니까      


유명한 먹자골목엔 역사의 시초가 된 원조집들이 꼭 있기 마련이건만, 이곳저곳 죄다 ’ 원조‘라주장할 땐 방문객으로서 참 난감한 일이다. 그래도 원조 중의 원조집은 꼭 찾아낼 거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각 도시, 지역의 맛집 골목들만 다가 아니다.     


부산 부평깡통시장. 대구 서문시장의 야시장. 여수 낭만포차. 해운대 포장마차 거리등은 관광객에게  인기 최고의 식도락 코스이다.     






식탐여행은 꼭 한 지역, 특정 거리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른바 ’ 순례길‘이다    

 

대표적으로 ’빵지순례‘다 빵 마니아 사이에서 생긴 단어인데, 이젠 거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전국의 전설의 빵집, 빵의 달인들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그 지역의 명물 탐방이다. 지역의 유명한 빵집을 찾으면 그 거리는 분명 남다른 골목,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왜냐고? 레전드 가게들은 혼자만의 성공이 아니라 필히 골목의 부활, 동반 흥행을 유도한다.      


코로나에 최근엔 ’빵케팅‘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빵+티켓팅‘이다. 소문난 빵집은 매일 당일 판매량만 만들기에 비대면 시대에 정해진 시각에 ’ 온라인 예약‘을 해야 가능한데 이것도 광클릭을 해야 한다고. 전설의 빵집도 한번 읊어보자.      


서울의 ‘나폴레옹제과’, ‘태극당’, ‘효자베이커리’,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 안동의 ‘맘모스제과’, 광주의 ‘궁전제과’, ‘베비에르’, 전주 ‘풍년제과’, 대구 근대골목, ‘삼송빵집’,

인천 ‘안스베이커리’, 부산 ‘옵스’, 삼척 ‘꽈배기집‘까지...      


이 뿐인가? 팥빵은 우리 국민이 제일 좋아하는 별도 장르로 뺄 수 있다.    

  

너무나 유명한 천안 호두과자를 필두로 경주 ’황남빵‘. 통영 ’통영꿀빵‘, 완도 ‘장보고빵’, 안동‘하회탈빵’, 전주 ‘한옥빵’, 울산 ‘고래빵’, 속초 ‘단풍빵’, 진해 ‘벚꽃빵’, 광양 ‘매실빵’, 포항  ‘과매기빵’이 있다. 강원도에는 유명한 찐빵이 있다. ‘안흥찐빵’이다.      


빵집 골목들은 대체로 향긋하고 구수한 빵냄새가 난다. 사람들 인심도 구수하겠지. 골목은 일 년 내내 기분 좋은 냄새를 풍기며 골목을 풍성하게 한다.    

 

몇 년 전부터 여름엔 ‘냉면순례’도 등장했다. 3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를 타면서 전국에 평양냉면 열풍이 불어닥쳤다. 함흥냉면도 동반 인기를 끌었다. 전국의 소문난 냉면집들이 식도락 여행 코스이다. 전국 O 대 짬뽕집, 짜장면집 순례도 생겼다. ‘한류’ 열풍을 타고 이젠 외국인들에게도 고스란히 도전! 코스로 받아들여진다.      


전국의 식도락가들이여 ~ 어찌 우리 식탐 나는 골목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  황홀한 골목을 위.하.여 - #21

이전 17화 오르락내리락 계단도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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