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돌김

카테고리 그남자 그여자

by 김대머리


시골에서 농사짓는 친구가 귀한 돌김 한 박스를 재경 고등학교 동기들에게 보내주었다.

여간해서 모이지 않은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총무가 신년회에 참석하면 돌김

두 톳씩 준다고 했더니 12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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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동 유명 참치집에서 동기들과의 모임이 끝나자 총무가 준비한 돌김 두 톳씩을

검정 비닐에 싸서 준 것을 받고 뿔뿔히 흩어졌다.

늦은 겨울밤이라 스산하고 몹시 추워서 검정 비닐을 알맞게 묶은 다음 한쪽 팔목에 걸치고

바지 호주머니에 두손을 집어 넣으니 한결 추위가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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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후 귀한 돌김이라 한톳 반은 우리가 먹고 반톳은 어머니 드리기로 마음먹고

아내에게 돌김 반 톳은 어머니 드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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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출근 도중 중요 서류를 집에 두고 온 걸 알고서 황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서류를 소파에서 찾은 후 곧장 집어들고 나가려는데 신발장 고리에 검정 비닐봉투가 볼품없이

걸려있는게 보였다.

손간적으로 어머니께 드릴 돌김을 아내가 걸어 놓았다고 생각했으나 볼품없이 덩그러니 걸려있는 검정 비닐은 어머니가 집안에 들어오는것 조차도 싫어 문 앞에서 들고 바로 가시라고 아내가 걸어놓은 것 같아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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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비닐 봉지를 열어 자세히 보니 김 색상이 돌김 같지 않고 일반 마트에서 흔히

보는 싸구려 김 반톳이 들어 있었다.

아내가 내가 시킨대로 귀한 돌김 반톳을 넣지않고 싼 김을 대충 그 양만큼 집어 넣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라 핸드폰을 들고 당장 아내에게 전화했다.

“어이 내 서류뭉치 어디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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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서류를 들고서 자신이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던 이유를 망각한듯 하지만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다시 돌아가 냉장고 문을 열어 이리저리 돌김을 찾아보니 냉동실에 조용히 찬냉기를 받으며

나를 냉소하듯 누워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돌김 반 톳을 빼낸후 다시 어머니에게 드릴 검정 비닐봉투에 넣고 원래 있는

싸구려 김을 나를 조롱한 냉동실에 넣었다.

조용히 집 밖을 나오는데 세찬 바람이 어찌나 매섭게 내 뺨을 때리던지 양 볼이 얼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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