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둘째 아들 생일이라 그녀는 케익과 치즈피자 두판을 사들고 서둘러 집에 들어갔다.
엄마를 기다리던 큰딸이 마치 자기 생일인양 뛰어 나오며 기뻐했지만 둘째 아들을 상냥하게 부른다.
그녀의 어린 아들이 선물 꾸러미를 바라보며 뛰어나와 엄마를 반겼다.
그녀는 잠시 멈칫 하더니 나올 사람이 한명 더 있어야 하는데도 보이지 않자 마치 뻔한 사정을 아는듯 보나마나 침실에서 뭉기적 거리며 스마트폰 액정이나 들여다 보고있을 그남자가 들으라고 큰소리쳤다.
"머 하는거야 빨리 나와"
그녀는 거실 탁자 위에 포장된 케익과 피자를 꺼낸후 준비된 양초를 켜고 큰딸과 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그 남자와 함께 생일 축가를 부른다.
축가가 끝나고 그녀가 플라스틱 칼로 케익을 알맞게 자를 즈음 아들이 본인 생일과 전혀 동떨어진 느닷없는
노래를 한다.
"1577 1577 앞뒤가 똑같은 술집운전 1577 1577 술집운전 1577"
옆에서 그 노래를 듣고 있던 큰 딸이
"야 1577아니고 1588이야" 라며 둘째 아들을 면박 주었다.
둘째아들이 당황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다시 확신한듯
"아니야 1577이 맞거든. 아빠 그치?" 아빠가 가끔 술 마시고 들어와서 혼자 흥얼거리던 대리운전 광고 노래를 옆에서 흥미롭게 들은적 있는 아들이 그 남자에게 되 물었다.
그남자는 아들을 보며 "그래 1577이 맞아"
그녀가 그 남자의 말을 들은후 아들을 당황케한 큰딸을 크게 나무란가 싶더니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고 단호한듯 말한다.
"남자는 주장이 강해야되. 절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꺽이지 마라. 1577이 맞다고 생각하고 주장하니 아빠가 맞다고 하잖아 그치?"
그녀의 말을 듣는 그 남자가 쓴 웃음을 지으며 그 여자말을 동조해준다. 생일 파티가 끝날즈음 그녀가 자기는 옷을 갈아 입어야 하고 샤워를 해야하니 그 남자에게 남은 케익은 냉장고에 넣고 바닥에 떨어진 피자 부스러기를 치우고 씽크대에 가득찬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오라며 다소 명령조로 말 함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는 익숙한듯 기꺼이 시킨일을 군말없이 했다.
그 남자가 대충 정리하고 조금 남는 시간에 거실에서 아이들과 TV를 보는데 개그 프로그램이라 애들과 코드가 잘 맞는지 서로 크게 웃으며 희히닥 거릴즈음 침실 문틈으로 그녀의 새찬 목소리가 들리는데 분명 아이들에게 하는 소리지만 그 남자에게도 하는 소리였다.
"애들아 어서 자라. 내일 학교 늦는다" 그녀의 말을 듣기 무섭게 애들은 한마디 불평없이 각자 뿔뿔히 순식간에 자기 방으로 흩어져 버린다.
그 남자 역시 두말 않고 그녀가 누워있는 침실로 들어가 총총히 샤워장으로 가서 양치질을 하고 샤워를 한후 그녀옆에 누웠다.
그다지 피곤할 것도 없지만 하품을 크게하고 기지게를 펴자 갑자기 아까 먹은 치즈 피자를 잘못 먹었는지 배가 더부룩 가스가 뱃속 가득이다.
망설일 것도 없이 그 남자는 그 여자가 옆에 있든 없든 상관 없다는듯 배에 힘을주고 크게 방귀를 끼는데 그녀가 아무소리도 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아까 보여주었던 까탈스러움 이라든지 그 남자에게 행했던 단호한 명령이나 요구로 당장 그만두라는 소리를 결코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남자가 방귀 마저도 마음대로 자기집에서 끼지 못하게하는 둔한 눈치의 여자가 아니었다.
그 여자는 그 남자가 있는 힘을 주어가며 큰소리로 불어대는 울분어린 쌍두봉의 메아리는 그남자가 그 집에서 그 여자에게 보여 줄수있는 남자로써의 마지막 남은 두가지 자존심중 첫 번째 라는것을 알기에 모른체 해주는건지 모른다.
밖에서 허세 가득찬 얼굴로 기고만장하는 부류들 틈속이나 그 남자 스스로의 소심함에 자기주장 한번 못 펼쳤을 그 남자를 너무도 잘 알고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녀가 얼마나 그남자의 기를 살려주고 있고 한 남자의 여자로써 경망스런 행동을 하지않으며 여성스러움을 버리지 않았을 뿐더러 그 남자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음을 증명이나 하듯 그 남자에게 센스있는 립 서비스도 해준다.
"자기 아까 괜히 피자를 먹었네. 그냥 된장국에 밥을 차려줄걸 그랬다 그치?
배속에 가스 남기지 말고 시원하게 모두 끼어요"
그녀는 샤워장에서 깨끗이 씻고 나온 남자의 강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그 남자의 마지막
남은 두번째 자존심이 이불을 뜷고 하늘 높이 치솟아 그동안 수그리며 참아 왔던 울분을 보란듯이 그녀에게
토해주길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