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급작스런 출장

카테고리 남자

by 김대머리

옷장을 열고 옷걸이에 걸린 옷을 하나하나 옮긴 후 엊그제 새로 산 인디언 셔츠를 찾은 다음 조심스레

옷장에서 빼낸다.

이리저리 셔츠를 보더니 어깨 쪽 주름이 신경 쓰인다. 거실 어느 서랍장 속에서 다리미를 들고 와 대충 밋밋한 요를 깔고 전기를 연결한 후 다리미가 뜨거워질 때까지 남편이 속옷을 입고 감색 면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을 바라본다. 손으로 다리미 판 위를 살짝 스치듯 지나치더니 적당히 달궈져 있음을 느끼고 셔츠를 다린다.

남편이 괜찮다고 그냥 달라는 것을 그깟 주름 하나로 남편 옷매무새가 안 어울릴 것 같아 급히 달궈진 다리미로 재빨리 주름을 없애고 깨끗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 아침 출근할 때까지 남편도 전혀 몰랐다는 지방 출장이 급히 생긴 바람에 따뜻한 저녁도 먹이지 못하고 보내려니 마음 아프다.

출장용 여행 백에 팬티 하나 러닝 하나 양말 두 개 숙소에서 입을 간편 운동복 한벌과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입을 간편복 상 하의를 정성스레 접어 넣는다.

남편은 와이프가 정성스레 다려준 셔츠를 입으면서 먼 갑작스러운 출장이냐며 귀찮은 듯 불평은 하지만 그의 얼굴엔 그만큼 회사에서 자기를 필요하다는 것이니 별로 불만이 없는 얼굴이다.

오히려 몸이 가볍게 보인다.

성큼성큼 문 앞으로 가고 와이프는 남편이 들고 갈 수고를 조금이라도 줄어 주려고 여행용 백을 문 앞까지 들고 간다.
이윽고 문 앞에 다다르자 남편은 아까 퇴근하고 집에 올 때 신었던 오래된 구두를 한비 짝 모퉁이로 밀어놓고

신발장 속에서 새로 산 구두를 꺼내 신은 후 근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와이프에게 잘 다녀오겠다는

가벼운 눈인사를 한 후 경쾌하게 출장길을 간다.

주차장으로 곧장 가더니 자기 집 아파트 5층 베란다 창가를 힐끗 쳐다보는데 사랑하는 와이프가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주는 기대를 바라는 모습이 결코 아닌 듯 황급히 자동차로 향했다. 조용히 차문을 열고 의자에 앉는다.

시동을 켠 후 주저 없이 오른발로 힘껏 액셀을 밟고 또 한 손으로 자동차 CD를 켠다.

요한 시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이 경쾌하게 나온다.

왼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컵 홀더에 아무렇게 세워져 있는 모나미 볼펜을 오른손으로 들더니 행진곡에 맞춰가며 자기가 무슨 캬라얀 지휘자 마냥 볼펜을 허공에 찌르며 흔들어댄다. 머리가 흔들흔들 박자를 맞춰가니

휘파람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아뿔싸 자신이 흔들어대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고 머리를 좌우로 돌리더니 옆 차선 운전자가 자기를 보고

혹여 미친놈 보듯 할까 해서 잠깐 숨을 고른다.

아파트를 벗어나 큰 사거리를 두 번 지나치고 세 번째 사거리 적색 신호등에 걸릴 즈음 기막힌 타이밍으로 조수석에 던져두었던 핸드폰 벨이 기분 좋게 울린다.

"자기야 지금 어디쯤이야? 저번 우리가 만났던 그 커피숍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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