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그남자 그여자
부부가 이혼을 하는게 꼭 큰일로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여 점점 비약되고 서로 돌아오지못할 강을 넘으면 이혼하게 된다.
나는 집에서 쉴테니 혼자 마트에 가라고 해도 꼭 함께 가야 한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함께 가자는 아내의 말을 끝까지 안 간다고 우길걸 하는 후회가 막심했지만 마트에 가지않으면 닥칠 후환이
두려워 결국 같이 왔다.
차를 주차한 후에 마트에 들어가 1층 의류 매장에서 거의 30분이 지났다.1번매대 3번 매대 또 1번 매대.
매대 안의 옷 이란 옷은 다 헤집고 겨우 아들 바지 하나 골랐다가 다시 내려놓고 저쪽 매대에 더 싼 것이 있는지 쪼르르 간후에 다시 옷을 고르고 다시 내려놓고 이리갔다 저리갔다 한다.결국 아들옷은 맘에 든 것이 없는지
사지 않았다. 옷을 고르는 시간이 아깝고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골랐으면 하나 사지 왜 안 사냐고 했더니 싸서 좋긴한데 마음에 안든 단다. 이런 젠장 그럼 뭘 여지껏 골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사람들이 많아서 큰소리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수확이라면 그렇게 해매다가 결국 딸아이 양말 서너 켤레를 샀다는 것이다.
자하 1층으로 에스켈레이터를 타고 바삐 내려가는데 내가 카트를 밀고 쫒아 가기가 버겁다.
힘들게 쫒아가 여기 저기를 휘젓고 다니는 아내를 따라 다녔다가는 무릎에 무리가 생길 것 같아 벽쪽 코너에
카트를 세워놓고 우두커니 서있으니 나같은 부류들이 서너명이 더 있다.
아내는 이곳 저곳에서 부지런히 양파 마늘 굴비 등을 잘도 들고온다.
정육 코너에서 한우 한 팩을 들고와서 “우리 오랜만에 한우갈비 한번 먹어보게 살까?” 묻기에 “그래” 했더니 “비싸잖아 안사” 참나 그럼 뭐 할려고 나에게 물어보나.
카트가 찰 만큼 차고 더 이상 살 것도 없는 것 같아 그만 집으로 가자고 했는데도 듣는둥 마는둥 돌고 돈다.
좀체 이해를 못하겟다. 왜 같은 자리를 돌고 돌까?
기다리는것도 힘들고 인내심의 한계가 머리 끝까지 오를즈음 무거운 카트를 애써 끌고가 만두를 고르는 아내에게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버럭 화를 냈다. 만두 한 두개 고르는데 5분도 넘게 걸릴 일이며 쫒아 다니고
기다리는데 짜증나니 그만좀 하고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이말을 듣던 와이프가 열 받았는지 무거운 카트를 휙
빼앗아 쪽쭉 다른쪽으로 가버린다.
순간적으로 내가 어쩡쩡하게 되었다. 익숙한 카트가 손에 없으니 도대체 내가 뭐를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혼돈 스러웠다. 주변에 카트를 끌고 자기 와이프 엉덩이를 이리저리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뻘쭘하게
서있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화가 머리끝가지 났지만 이내 아내와 카트를 빨리 찾아야했기에 나역시 바삐 같은 자리를 빙빙 돌았다. 돌다보니 젓갈 코너에서 젓갈을 시식하며 그걸 살까 말까 고민중인 아내가 보여 곧장 곁으로 바쁜 걸음으로 갔다. 조용히 카트를 잡고 아내 뒤에 서있으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아내는 제까짓게 나를 쫓아 따라 다니면 좋은 음식 재료를 사서 집에 들어가 맛있게 요리해 줄텐데 하는 얼굴로 한심한 듯 나를 보았다. 이런 그녀의 속마음을 알기에 아내 엉덩이를 바라보며 졸졸졸 따라 가지만 화가 가라앉지 않아 자동차에서라도 한소리 할려고 벼르고 있었다. 이윽고 계산대 앞에 다다르고 내가 카트속 물건을 하나하나 빼내는데 마음속 울화통이 점점 수그러 지고 있는게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캔 맥주와 오징어가 나왔고 특히 어머니가 좋아하는 오리 고기 팩까지 나오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더욱더 기분이 좋아졌던
것은 어디서 구했는지 십만원짜리 상품권 2 장으로 계산을 하고 고작 내 카드로는 작은 비용만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이혼이라는 단어가 마트 안에서 내내 떠올랐지만 참기로 했다.
고작 마트에서 이혼 생각을 한다는 것도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