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혼

카테고리 그 남자 그 여자

by 김대머리


거의 매일 취해서 들어오는 저놈과 반드시 이혼을 할 거라는 다짐을 한두 번 한 게 아니었다.

주말이면 함께 뒷산이라도 가자고 해도 이놈은 꿈쩍도 하지 않고 수납장에서 여지없이 낚시용 도구를 꺼낸 후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떠나 버린다.

공허한 아파트가 외로워 동네 앞 고급 레스토랑에 들러 그놈이 보란 듯이 키 크고 잘생긴 웨이터가 가져오는

최상급 스테이크를 시켜 먹었다.

여자가 남편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그걸 맛있게 먹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몇 번 정성을 다 하였으나 필요 없는 짓이었다. 그 시간에 들어 올리가 만무하니 음식만 식어갈 뿐이었다.

어느 날 작정하고 이런 삶은 서로에게 이로울 것도 없고 불행하니 이혼을 요구했고 우리는 이혼했다.

3년 정도 지날 즈음 이혼한 남자를 만날 기회가 생겨서 정식 교재를 짧게 하고 그의 놀라운 삶의 방정식에 매료되어 재혼을 결심하였다.

새벽 5시 30분이면 어떤 날씨에도 상관없이 일어나서 10분 거리의 대학교 운동장을 1시간 조깅을 한 후 집으로 들어와서 내가 그의 출근을 위해 밥을 차리는 동안 씻고 나온다.

출근 후 저녁 7시 30분이면 여지없이 퇴근 후 집으로 들어와서 이방 저 방을 돌아보며 방 정리 상태를 보며 지적질 이든지 혹은 우리의 앞날 계획에 대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나에겐 자기가 직장에서 가족을 위하여(단 두 사람) 일하는 동안 어떤 알찬 일을 하였는지 질문을 하거나

킁킁 거리며 화장실 냄새(자기 오줌 찌꺼기)나 싱크대의 불결함에 대해 장황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저녁은 가볍게 먹는걸 좋아한다며 미역국과 마늘 두쪽. 된장. 밥 한 공기면 된다며 반드시 준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물론 함께 식탁에 앉아서 공허한 대화를 한다. 정치. 경제. 우주. 자동차. 주식. 기타 등등 어쩌고 저쩌고...

아이는 언제 가질 거며 딸이 좋은지 아들이 좋은지 같은 우리의 관심사는 좀체 화젯거리가 될 수 없다.

여지없이 저녁 10시 30분이면 이놈은 자기 방으로 가서 잠을 잔다.

규칙적인 성생활이 몸에 좋다며 우리는 30대이니 30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는 궤변을 지껄이는지

꽤 되었다.

이놈과의 성생활은 한 번도 만족을 느끼지 못했고 짜증만 날뿐이다.

도대체 매일 조깅하고 운동하는 결과를 좀체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의아스럽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이놈은

여자의 마음은 추호도 개의치 않으며 그런 개념 자체를 발가락 틈에 묻어놓은 놈이었다.

이러니 나로선 해인사 주지승이나 혹은 찌든 중생들의 백팔번뇌 보다 더 심오한 번뇌와 선택의 기로에서

이놈 때문에 갈등하게 된다.

돈 벌고 못하는 놈

돈 못 벌고 못하는 놈.

이 두 놈이 내 운명의 페이지다.

대체 난 왜 이리 복도 없나.

돈 못 벌고 잘하는 놈도 아쉽다.

까짓 거 내가 벌면 되니까.

돈 벌고 잘하는 놈은 나에겐 꿈이자 로또인가.

주말이면 늦잠도 자고 푹 늘어지고 싶지만 운동 후 집에 온 다음 나를 깨워서 밥을 먹고 모든 창문을 열은 후

집안을 환기시킨다.

불만에 찬 튀어나온 내 입술을 거울을 통해보니 칼로 썰면 두 접시가 나오기 충분할 듯하다.

대형 마트는 충동 구매가 이루어지니 반드시 동네 마트로 가서 1주일간 필요한 야채나 과일 고기를 사 와서는

식단을 짜보라며 활짝 웃으며 부탁을 한다.

난 속으로

"지가 다시 짜서 줄 거면서 지랄하네"

이놈과는 이놈이 직장에 있는 시간을 빼면 거의 함께한다.

답답하고 숨이 막혀온다.

어디 바람 좀 쐬고 외식하자고 해봐야 삶의 방정식 자체에 여가라는 개념이 없기에 마이동풍이다.

차라리 핸드폰을 집에 두고 혼자 훌쩍 떠나 버리는 게 무료함의 해소책이다.

직장을 잡아 보려고 했으나 내조를 잘해주면 바랄 것 없다는 이놈의 반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일상이 웃을 일도 없고 무료한 시간들이다. 그저 짜증 나고 답답한 일상이다.

대화라는 것도 형식이고 가식적으로 변해간 지 오래다.

이놈 하고도 이혼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빠른 시간 내에 요구해야 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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