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과 5일째 말을 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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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과 5일째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날 밤늦게 몸을 휘청거리며 방문을 열고 들어온 그놈에게 그 몸으로 운전하며 왔냐는 앙칼진 나의 질문에
머리는 헝클어지고 와이셔츠 소매는 걷어 올려졌으며 바지는 골반에 겨우 걸친 채로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대답하기를 “대리운전 불러서 무사히 돌아왔으니 좋지 않는가 “ 라며 비용은 3만 원 썼다고 하는 말에
난 광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말의 기대로 어린 아들을 일찍 재운 다음 화장대의 거울을 보고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히
빗고 홍조 띤 새색시 얼굴을 매만진 내 자신은 그놈의 썩은 술 냄새와 흐트러진 몸뚱이에 또 무참히 짓이겨져 버렸다.
앞에서 쌔근쌔근 잠자는 아들의 얼굴을 보니 열불이 나서 가슴이 먹먹했다. 오후 아들과 집에
오는 길에 포장마차를 지나며 아들이 좋아하는 순대 떡볶이도 지나치고 온 내가 칠푼이 미친년
처럼 느껴졌고 주머니 속 5천 원을 쥐고 갈등하였던 내가 한심스러웠다.
혹여 엄마가 사줄까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 아들의 천진한 얼굴이 그려져 눈물이 났다. 이 미친놈은 밖에서 소주 맥주 치킨 잘도 퍼마시고 먹는다. 심지어 당구를 쳐서 이겼음에도 우쭐함에 자기가 계산하는 모습도 연애시절에 자주 보았다. 당시 그놈 친구들의 비웃음을 그놈은 결코 몰랐다. 그때 이놈과 때려치우지 않은 게 천추의 한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아래 홈플러스에서 계란 두 판에 두부 한모 콩나물. 아들 줄 우유 두 개. 된장국 끓일 애호박 몇 개만 사도 자기 핸드폰에 찍힌 카드 내역을 보자마자 쪼르르 전화해서 절약하라며 거품을 문다. 이 미친놈은 자기 새끼와 자기를 위한 음식이란 것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나를 위해 싸구려 루즈 하나라도 샀다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미친놈을 어떻게 골탕 먹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저 침묵과 무관심 그리고 방관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놈이 답답한지 냉장고를 여닫고 무언가를 찾지만 먹을 건 없다. 기껏해야 라면이나 끓여 먹겠지. 아마 내일쯤 저놈이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저녁은 오랜만에 밖에서 외식하자며 뒤통수 긁적이며 쥐 죽은 소리로 나에게 말할 것이다.
“에라이 써 글 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