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

결국 제일 힘든 사람은 남이 아닌 자신입니다.

by 돌터졌다

-자살-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다.


마치 뭐랄까.


인도 갠지스강에서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하지만 화장도 한다더라 하는 느낌?


하나의 강에서 벌어지는 다른 사건들의 종합세트처럼 느껴진다.


자살은

그럭저럭 무난하고 괜찮게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건이 되기도 하고


지금 너무 힘들다 싶은 사람에게는 나 스스로 프로그램 종료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솔깃한 사건이 될 수도 있겠다.


자살을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의 말들이 많다.


"너의 인생이 소중하니 자살하지 말고 그 각오로 살아달라"


라고 받아들이면 좋으련만 삐뚤어진 나의 마음은



--병원 침대에 고이 누워 합법적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후 처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당신이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목격자가 있다면 그 충격은 어찌할 것이며. 기타 다른 수습에 사회적인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러니 당신 개인의 문제에 사회적인 수고를 끌어들이지 말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


라고 해석해버릴 때가 많다.







나는 마음이 아프고 삐뚤어진 생각으로 오래 살아왔다. 깊은 분노는 밖이 아닌 안으로 파고들어 끊임없이 나 자신을 깍아내리고 공격해왔다.


행여 길을 걷다 커다란 돌이 날아와도


누구얏!


외치기보다는 -음. 이번 돌은 좀 많이 아프군-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게 불행은 훈제된 햄의 냄새처럼 깊이 배여버린 숙명으로 여겨졌다.


애초에 향수를 뿌려 냄새를 지워보려는 시도조차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루 이틀 스며든 냄새가 아니다.


누구든 이 햄을 먹겠다고 입을 벌린다면 기꺼이 그 속에 들어가 씹히며 내 불행에 걸맞는 처신을 하겠노라고 체념하는 시간을 보내왔다.


하지만 책을 읽고 상담치료를 받으며 많이 좋아졌다고.......... 따봉이라도 외쳐주고 싶지만...... 실상은 아니다.


여전히 힘들고 무겁지만 다행히 하나 건진 것이 있다면 나 자신을 조금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건 완치없는 우울증에 아주 중요한 수확이었다.


자신의 문제와 감정을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끝없이 공허하지는 않다. 바로 그 뒤를 자책감이란 녀석이 손 흔들며 달려와서 문제지.


적어도 이 감정이 무언지 몰라 어쩔 줄 모르던 고통에서 벗어나 결국은 인과 관계가 있는 고통임을 알게 되는 차이랄까?


무엇이 더 잔인하고 아플지는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를테니까..


뭐야. 빨강 구두에서 노랑 구두로 갈아 신었다는 말로 들리는데?

맞는 말이다. 미안하지만 이런게 우울증이다. 이러든 저러든 결국 힘빠지고 괴로운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오로지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본다면,


--당신이 죽으면 남겨진 가족들이 얼마나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할까요.--


라는 말이 징글맞게 싫다.


어디서 주워들은 --자살 유가족자-- 라는 말도 소름끼치게 싫다.


물론 너를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을 생각해서, 너를 잃고 힘들어할 그들을 생각해서 자살할 마음을 버려달라는 예쁜 격려로 받아들일 수 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겐 그런 가족과 지인들이 있는 건 사실이기도 하고.


그런데 자살유가족이니 남겨진 이들의 슬픔이니 하는 말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가족이나 지인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아니면 나의 죽음에 그들은 아무 감정이 없는 지경이라면?

내가 어찌 잘못된다한들 태연히 --여기 육개장은 맛이 없군--이런 소릴 지껄일 멘탈의 사람들이라면...


당신이 죽으면 당신 주변인들이 얼마나 슬퍼하겠습니까


라는 말은 죽음의 순간까지 당사자보다 제3자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 같아서 보기 거북했다.

아니면 --나는 그런 사람 하나도 없는데요-- 하는 당사자들에게 또다른 상처다.


아. 남들은 죽으면 남겨질 가족의 슬픔을 고려할 정도의 인생을 살긴 살았구나. 나는 당최 뭐 아무것도 1도 없으니....


차라리. 너 하고 싶은대로, 니 기분대로 살아보고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이 기분이라도 좋을 것 같다.


뭐 솔직히 말하면,

우울하고 극단적인 생각도 해봤는데 암만 생각해도 날 위해 펑펑 울어줄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고백을 지질하게 늘어놓았다.


도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네 편이 하나도 없냐 라는 헛소리를 듣기 싫어 꽁꽁 싸매놓았던 불만이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어도 그냥 그렇게 내 편이 없는 인생이 있다. 모든 인생이 노멀하지는 않다.


심리상담 갔는데 --이렇게 힘든 당신을 보면서 당신 가족도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이런 소리는 극혐이었다.

(비싼 곳을 갔어야 했는데...)


아뭏든 내 고통 내 슬픔에 남들까지 생각해가며 수위 조절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너만 보고 너만 생각하고 그렇게 이기적으로 한번 살아봐라 라는 말이 차라리 도움이 되었다.


결국 제일 힘든 사람은 남이 아닌 자신이니까.


그런 나를 보아주고 안아주고 이기적으로 살 기회를 주기로 했다.

책상 앞에 딱 써붙일 문구 하나 정해보자면,


"아주 그냥. 막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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