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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매송이

목로에 둔 튤립을 치웠다. 그는 지는 꽃도 아름답다며 활짝 핀 꽃만 예뻐하는 사람이 싫다고 했다. 내가 만약 꽃이라면 나의 완전한 마지막을 보여 주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게에 있는 화분에 물을 줄 때면 화병에 꽂혀 있는 것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든 꽃을 버리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막연하다. 사실 제일아득한 건 이런 일에 생각이 많아지는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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