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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K Oct 21. 2023

수술실 나이트 : 상근직이지만 3교대도 나오는 수술실

  수술실 간호사의 밤


수술실 간호사는 야간(나이트 근무 시간은 밤 10시 30분 - 오전 7시)과 주말에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된다. 보통 나이트 때에는 수술이 많아 지연된 정규 수술을 인계받아 마무리하고, 각종 응급실, 병실,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응급 수술을 진행한다. 최대한 다양한 수술 지원이 가능하도록 미리 응급 수술들에 대해 인계받고 공부해가야 한다.



기존 근무자들의 초과 근무를 최소화시키고, 비상 당직 근무자는 웬만하면 안 부르도록 배려하고 싶기 때문이다. 수술 진료과 별로 온콜 근무자가 지정되어 당직표(온콜표)를 짜둔 걸 바탕으로 근무자를 부르게 된다. 새벽이나 주말에 부르게 되면 퇴근 시간에 따라 다음날 근무 인력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이 수술도 못해서 부르냐’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수한 요구를 가진 심장혈관외과 응급수술과 신경외과, 정형외과의 척추 수술, 안과 등에서 특수 기구와 장비를 쓰는 난도 높은 수술 등은 공부해서 수술 지원을 할 수도 없는 수술들이라 수술이 뜨면 대부분 근무자를 부르게 된다.



근무 듀티 별 라운딩 특이사항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숙지를 하고 근무를 시작한다. 나이트 때에는 이브닝 근무자들이 마무리지은 수술방 환경 정리(밤 사이 전기 사고가 없도록 모든 장비를 끄고, 무영등과 침대를 점검하고, 처리되지 않은 약이나 개봉된 수액, 소독액 등을 폐기하는 등)를 최종 확인하고, 당일 환자들에게서 나온 검체 접수가 누실된 건은 없는지 방방마다 확인하고, 약물 오더, 수술재료대 원무 전송 등의 인계 사항을 받아 처리를 돕는다. 밤 사이에 냉동, 냉장 약제가 상하지 않는지 구역별 장비 점검을 시행하고, 스크럽대와 세척실에 처리되지 않은 퍼스팬과 기구들이 있으면 정리하고, 정해진 원내 멸균기 관리 지침에 따라 멸균기 테스트를 시행하기도 한다.



데이 번 근무로 수술실 전체 환경 관리 역할(공조, 설비, 각종 기기 고장, 방문자 관리, 탈의실과 세척실 멸균실 관리, 랜딩 기구 접수와 처리 등)을 하는 입구와 전처치실 간호사에게 인계받은 공지사항을 바탕으로, 이브닝 근무자가 처리한 내용을 최종 확인하고 다음날 인계를 전달한다. 그 외에도 근무 시간에 진행한 수술에 대한 근무보고서와 수선생님 인계용 수술인게 파일을 작성하고, 낙상, 욕창, 다음 날 첫 수술 일정 변동 사항, 알러지 환자 수술 관련 인계 사항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전날 랜딩 받아 다음날 응급 수술을 위해 멸균 의뢰된 기구들이 중앙공급실에서 올라오면 멸균 상태를 확인하고 방별로 이동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 모든 업무 과정은 서면으로 기록되는 것도 기억되지 않는 것도 있다. 수술실 간호사의 업무 영역이 단순히 수술의 건수와 전처치실 입실-수술방 퇴실로 정의될 수가 없다. 응급 수술로 들어온 환자의 의무기록과 수술 일정을 파악해 해당 집도의에 맞추어 수술을 준비하고, 수술을 진행할 방에 기구와 장비를 셋팅하고, 전처치실에서 환자 확인 절차를 통해 동의서와 금식 여부, 항생제 준비, 소지품 등 수술전 상태 확인을 시행한다.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세척사원님의 기구 검수 요청을 확인하고, 시설 점검이나 기구 관련 방문객 업무를 처리한다.



수술 진행에 맞추어 기록을 계속해서 작성하고, 멸균 의뢰를 위한 사인지를 준비하며, 수술에 사용한 약물과 진료재료를 기록한다. 수술이 끝나면 기구를 한번 더 소독간호사와 순회간호사가 더블 카운트하며 빼고, 진료과가 검체를 제대로 서명하고 가져갔는지 확인하고, 추가 오더를 받고, 세척실에서 수술실 간호사가 직접 정리와 검수하는 기구들을 정리하여 멸균 의뢰를 시행한다. 수술방 청소가 끝나면 다시금 방 환경 정비를 시행해 다음날 수술 준비가 되도록 복구시켜 놓는다.



이 모든 일에는 생각보다 품과 시간과 집중력이 많이 든다. 함께하는 근무자가 아는 수술이면 도움이 되지만, 안 그런 경우가 더 많다. 잘 모르는 수술의 경우 수술 시 사용한 약물과 재료대가 보험인지 비보험인지, 기구 카운트 할 때도 카운트리스트와 하나하나 비교해가며 꼼꼼히 기구를 확인하고, 기구 검수와 멸균 의뢰의 특이 사항은 무엇인지 하나씩 확인하며 진행해야 한다. 모두가 자는 시간이기에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난감하고, 약물이나 재료대 기입이 안 된 채 환자가 퇴원하거나 극히 드물게 사망해버리시면 원무 상 처방에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수술 간호 기록만 본 사람들은 ‘1시간 짜리 수술이면 간단했겠네.’라고 할 수 있어도, 모르는 수술을 밖에서 눈치껏, 교육자료를 통해 성의껏 익혀 고군분투하며 지원해 본 수술실 간호사들은 알 것이다. ‘낯선 수술한다고 힘들었겠다. 준비하고 정리한다고 고생 많았겠네.’



병원에서 환자를 위해 이루어지는 많은 일이 그렇다. 전산 상 의무기록으로 다양한 간호기록(간호일지, 오더수행, 임상관찰기록, 초기 입원환자 정보/수술전상태확인/욕창 관리/ 수술간호기록, 마취간호기록 등)이 존재하지만, 간호사의 일은 그 너머에서 더 넓게 기반을 다지고 있다.


나이트 근무 업무 흐름


나이트 때는 다음날 정규 수술이 원활히 지원될 수 있도록 이브닝 근무자가 마무리 지은 수술실 관리와 방 별 라운딩을 최종 확인한다. 첫 수술을 위한 방 세팅, 환자나 진료과 상황 등으로 바뀐 수술 일정 인계, 특수 수술 준비에 대한 인계, 냉장 냉동고 및 슬러시 점검, 수술실 CCTV와 보호자 대기실 전광판 점검 등도 정규 점검 항목이다.


이브닝 때 있었으나 보고가 되지 않은 안전사고나 특수 수술에 대한 인계와 보고, 당일 전체 듀티의 근무 보고서 이중 점검, 듀티별 수술 인계와 전체 수술실 간호사의 시간외 근무 상황 점검, 나이트 보고서 작성, 이브닝 번 응급 수술 교육 등에 대한 인계 등도 시행한다. 수술실 입구 간호사가 없기 때문에 수술방 안팎을 오가며 보호자 응대, 방문객 관리, 퀵으로 배송되는 진료재료와 수술 기구 관리와 인계, 전체 수술실 및 탈의실 시설 라운딩 및 수리 의뢰 등을 한다.


중앙 공급실에 멸균 의뢰 특이사항이 있으면 연락해 조율하고, 첫 수술에 사용할 응급 돌린 멸균 기구 찾아서 방에 챙겨주고, 수술실 내 멸균기인 steam, sterrad 멸균 능력 테스트와 균 배양 검사 결과가 적절한지 사원님과 함께 확인하고, 사원님이 안 계시면 수술실 내에서 응급 돌려야 하는 수술 기구의 세척, 건조, 포장, 멸균, 배송까지 시행한다. 거기에 수술이 이어지고 있으면 이브닝 번이나 온콜 근무자를 교대해 퇴근시키고, 예측할 수없이 들어오는 응급 수술을 지원한다.


데이 근무자 출근 시간이 다 되어가면 한 번 더 전체 수술방 라운딩을 돌면서 온도, 습도, 차압 관리를 하는 공조와 방불을 켜면서 환경 준비를 한다. 수술 스케줄을 최종 확인해 일정표를 뽑고, 전 처치실에서 환자 확인이 용이하도록 첫 수술 환자를 표기한 라벨을 준비해 준다. 데이 근무자 퇴근 이후 이루어진 수술방의 모든 일들에 대해 수 선생님과 입구 선생님들께 드릴 인계를 준비하면서 선생님들을 기다린다. 인계는 나이트 차지를 맡은 제일 고연차 간호사가 드린다. 입구에서 인계가 끝나면, 밤 사이 시행한 응급 수술의 기구 정리나 원무 전송, 약품 오더 수행 등과 관련해 해당 과 데이 번에게 인계를 드리고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업무를 마무리한다.


이 모든 과정은 동일하지만 수술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집중력과 절대적인 준비 시간은 큰 차이가 난다. 인계받았거나 응급으로 들어온 수술의 집도의와 수술 난이도는 어땠는지, 수술 사이의 준비와 정리 시간은 얼마나 확보되었는지, 한 방씩 순차적으로 진행했는지 아니면 양방을 열면서 바쁘게 진행했는지, 해당 수술을 지원할 수 없어 온콜을 불렀으면 최소한으로 근무하기 위한 지원을 해주었는지, 나이트 근무자들이 모두 접해보지 못한 과의 수술이지만 사전 공부 내용을 바탕으로, 인계 파일을 봐가면서 긴장하며 수술했는지..


밤을 새워 일하는 것이다 보니, 집중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게 몸과 머리를 쓰고 있으면서도 느껴진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할 정도로, 생각보다 정말 잘 까먹고 빠트린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모든 일은 메모하고 본다. 타부서와 전화받으며 처리한 내용, 라운딩 특이사항, 아침에 데이 근무자한테 인계 주거나 물어볼 내용, 평상시 수술처럼 진행되었더라도 수술 시 사용한 약제, 수술재료, 기구 특이사항, 멸균 특이사항 등 정말 사소한 작은 것들을 꼭 메모해두어야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


온전한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인정하기에, 나는 나를 항상 의심하고 몇 번이고 재확인하며 나이트 근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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