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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K Oct 21. 2023

공부하세요, 상급종합병원인증평가

병원 시험의 꽃, 상급종합병원인증평가


4년마다 돌아오는, 상급종합병원 인증평가를 무사히 마쳤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인증평가인증원에서 파견된 여러 직종의 전문가 인증요원들이 4일 정도 파견나와 서류와 현장 조사를 병행한다. 병원의 업무 근거와 지침, 환자 경험, 업무 수행 등 전반적인 병원의 운영을 기본 가치체계, 환자진료체계, 조직관리체계, 성과관리체계 등으로 나누어 전문 위원 별로 특성화하여 조사한다. 인증평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하여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보는 것이다.


원내 대부분의 지침이 새롭거나 변화하는 근거에 의해 수정 보완되는데 직원들은 직무와 관련해 이러한 내용을 활용하여 숙지,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어떤 행동의 근거가 어떤 지침에 속하는지 알고 있어야 하기에, 전반적인 내용을 훑으며 공부하고 숙지하여 실무와 차이가 없도록 수정보완하게 된다. 일하는 중에는 공부할 시간이 없으니 퇴근 후 원내에서 부서별로 만들어 준 인증 자료집을 보면서 공부하는 일상이었다. CPR에 대한 병원 공통의 지침과 수술장 상황에서의 CPR 대응에 대해 숙지하고, 화재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가며 화재 진압 단계 별, 직종과 역할 체계별(경보반, 소화반, 대피유도반) 세세한 내용까지 암기한다. 일주일 전 쯤에는 차지 선생님, 수선생님과 일대 일로 질의응답을 통해 개인별 숙지 정도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각종 '지침'은 모든 행위의 근거가 되고, 개개인이 각자의 고유한 상황에서도 표준화된 이해와 사고, 행동을 수행하도록 이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침으로 표준화, 문서화하지 못하는 수많은 수술실 간호사의 행동, 업무들은 수술장 내 인증 준비 위원들과 수간호사 선생님들의 논의 아래 실시간으로 표준화된 행동 가이드를 제공받으며 수정해갔다. 수술방 내부 멸균 물품 보관함의 청소 주기와 방법이라든지, 수술 후 오염 물품을 세척 카트로 이동한 후 방에서 관리하는 방법이라든지, 환자 안전을 위한 타임 아웃 시 진료과, 마취과, 수술실 간호사가 각자의 방법으로 정확한 환자와 수술 부위, 수술명을 확인하는 근거라든지 하는 등의 내용들.

지침을 공부해 머릿 속에 대분류를 넣어놓지 않으면, 인증평가단의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선문답을 하게 된다. 인증 공부를 하기 전에 "환자안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으세요?"라고 누군가 물으면 포괄적으로 모든 수술실 간호사의 업무를 이야기할 지 모른다. 지침 별 분류와 내용을 이해하고 나면 '수술환자 안전보장지침'의 가장 큰 가지인 수술전후 피부상태 확인, 수술계수 관리, 검체 확인 및 취급 기록과 관련한 내용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휴식을 취해야 할 시간에 공부해야하는 것도, 인증 가까워지기까지 다각도의 점검을 거치며 계속 더해지는 수정된 행동 기준을 암기하고 숙지하는 것도, 본인증 기간 동안 인증단을 만나 현장 평가받고 질의응답하며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열심히 신경 쓴 만큼 준비한 것을 잘 내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수선생님들과 인증단원, 수술실 인증 대비요원들 모두 앞에서 내 행동으로 인해 병원의 운영과 직원 교육, 실무가 평가받는 것은 부담이 훨씬 앞서는 일이다. 



그래도 덕분에 인증이 지나고, 내 머릿속은 근거 기반의, 명확한 지침을 가진 행동과 사고로 업데이트 되었다. 평소에 실무만 하다보면 최근의 지침 변화가 어떤 레퍼런스에 의해 어떻게 세부 수정이 있는지 알기 어려운데, 인증 평가를 준비하며 전반적으로 병원 업무에 대한 지식을 수정보완하고 나의 부족했던 지식도 살펴볼 수 있다. 



4주기 의료기관 인증 평가를 무사히 잘 마쳐서 다행이다. 신규 시절에도 인증평가를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면서, 선생님들이 수행하고 프리셉터 선생님이 가르쳐 준 개념이 어떻게 지침에 녹아있는지 살펴볼 기회가 있었고 그 덕분에 환자안전사고에 큰 경각심을 가지며 성장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토록 싫어하고, 그토록 힘들었던 시간도 결국은 지나가며 성장의 나이테가 되어줌을 다시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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