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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은 다음 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 날 아침 10시에 경찰이 도착했다.
"실종신고를 하셨는데, 한국사람인가요? 아니면 일본 사람인가요?"
"저도 처음엔 한국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일본 사람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난징에서 일본인을 찾아달라고 경찰에 전화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어서요."
경찰은 링링의 손에 있는 그의 핸드폰을 가리키며 물었다.
"일본인이 왜 당신의 집에까지 오게 된 거죠? 그리고 핸드폰까지 두고 사라졌다.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저도 처음부터 일본인이라고 했다면 저희 집에 데리고 오지 않았을 거예요. 시장에서 곤경에 빠졌고, 피를 흘리면서 한국인이라고 소리를 쳤어요. 그리고, 저의 책을 읽고 있던 분이어서.......
“난징에서 일본 사람들이 곤경에 처하면 대부분 자신은 한국사람이라고 말하죠. 자신들이 저지른 대학살을 부정하는 것처럼 말이죠.”
경찰은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일단 사건은 접수했고요. 그가 투숙했던 호텔로 찾아가 그의 행방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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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오후에는 일본인 직원이 도착했다. 링링과 일본인 직원은 집 주변을 다시 찾아보았지만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묵은 호텔에는 경찰이 확인하러 갔습니다" 링링이 말했다.
"여기 오기 전에 저도 호텔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사고 당일 아침에 나가고 다시 들어온 흔적이 없었습니다." 직원이 말했다.
"경찰이 가서 호텔 안쪽과 주변 CCTV를 확인하면 행방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링링은 손수건을 꺼내 두 손에 묻어난 땀을 닦아냈다.
직원은 큰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아내와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하겠어요."
"아내는 3개월 전에 죽었습니다."
"........"
"저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족이 만약 이 곳에 오게 된다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링링은 직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추모탑 끝에 걸려 있는 풍경소리가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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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히로 부모가 사는 지바현 아비코시.
“여보, 다카히로가 중국 난징에 출장 가서 실종이 되었다고 연락 왔어요.”
다카히로 모친이 말했다. 부친은 아무 말이 없었다. 며느리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들의 실종 소식에 부친은 먼 산만 바라본 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오늘 손녀 아이를 보러 가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모친에 말에 부친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왜 하필 난징이야. 주소가 어디라고 했지? ”
팔십 넘은 세월의 주름 위로 깊은 시름의 주름이 늘었다. 백발의 얼굴에 핀 검은 반점은 더욱 선명히 드러났다. 부친은 서랍에서 오래된 지도를 꺼낸 뒤 돋보기를 찾았다.
“어떻게 하게요. 난징에 가기라도 하게요.”
“......”
“가더라도 손녀 아이 얼굴은 꼭 보고 가요.”
부친은 손녀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했다. 장애로 태어난 손녀 아이가 미웠다. 괴물 같이 움직이는 아이가 싫었다. 그런 아이가 자신의 손녀라는 사실이 끔찍했다. 그는 며느리가 불행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들 내외가 이예스를 데리고 처음 집에 왔을 때, 부친은 며느리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쯧쯧쯧. 태어나기 전에 싹을 없애버렸어야지. "
삶에 무거운 짐을 지고 비틀거리는 그들의 가슴에 부친은 비수를 꽂았다. 그 뒤로 아들 내외는 더 이상 부친의 집에 오지 않았다.
모친 성화에 못 이겨 부친은 손녀 아이를 보러 갔다. 장애인 요양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들어가기 싫었다. 하지만, 모친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끌려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하나둘씩 걸어왔다. 손과 다리를 뒤틀면서 다가오는 장애인을 보자, 부친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마치 전쟁에서 죽어가는 중국인들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장애인의 눈빛이 자신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그는 불쾌했다.
모친이 손녀 이예스를 보자 반가워서 환하게 웃으며 안아 주었다. 이예스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모친의 눈치에 부친은 억지로 이예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친의 손을 잡은 이예스는 말했다.
"나쁜 손, 나쁜 손. 그동안 잘 지냈어? "
이예스의 말에 부친은 깜짝 놀랐다. 모친은 부친에게 말했다.
"아이가 당신의 마음을 알아보는 것 같구려"
부친은 순간, 이예스가 자신의 과거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아 손녀의 손을 놓았다. 그는 이예스의 눈빛에서 죽어가는 중국인의 차가운 시선을 보았다. 만약 자신에게 칼이 있었으면 아이를 죽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자신의 손을 한참 동안 쳐다보며 오래전 난징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기억을 떠올렸다. 부친은 요양소 밖으로 나갔다.
"할머니, 엄마 어디 갔어? 엄마 왜 안 와?"
이예스는 아직 엄마의 죽음을 몰랐다. 모친은 울음이 터지는 걸 참으며 말했다.
"엄마 곧 있으면 올 거야. 아빠랑 먼 곳에 여행을 갔는데 금방 올 거야."
모친은 언제까지 아이에게 희망고문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예스는 아빠가 선물해준 테디베어 인형에게 말했다.
"엄마 조금 있으면 올 거래. 조금만 더 기다리자."
이예스는 마치 자신에게 말하듯 테디베어 인형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부친은 모친에게 말했다.
"난징에 내가 가야 할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