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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 Oct 22. 2021

나를 표현할 용기

 삶이 가장 힘든 순간에 내 안의 영적인 힘을 끌어낼 수 있다.  


 낯선 사람을 만나 어떻게 나를 표현할지 생각이 나지 않을때, 나는 어느 소녀를 떠올린다. 그 아이는 유대인 수용소에서 죽어간 소녀이다. 마지막 죽어가는 순간에 소녀는 손톱으로 나비를 그렸다. 얼마나 손톱이 아팠을까? 얼마나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보고 싶었을까? 소녀는 나비가 되어 푸른 하늘을 날고 싶어 했다. 생의 간절함으로 단단한 벽에 손톱을 부러뜨리며 희망을 새겼다. 가스실 벽면에 나비를 새긴 소녀의 마음을 잊을 수 없다.

그 소녀를 떠올리며 나는 어떤 감정도 표현할 수 있다고 자신에게 주문을 건다. 세상에 어떤 누구를 만나더라도 나를 표현할 수 있고, 어떤 힘든 순간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상상한다. 이것이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감있게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직장생활 중에 나를 표현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다. 처음 자신을 소개할 때, 일에 대한 진행사항이나 결과물을 상사에게 보고 할 때, 고객을 만나 나의 절실함을 표현할 때에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내가 숨쉬고 말하는 이 순간은 소녀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세상이야!”


 그리고, 눈을 뜨면 희망에 차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잠시 뒤에 일어날 긍정적인 상황들이 떠오르고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비로소 나는 내 안에 소녀와 함께 호흡하고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그 다음 내가 떠올리는 사람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에 나오는 ‘로베르토 베니니’라는 배우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환한 웃음을 보여준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죽음의 그림자 드리운 수용소에서 아내와 아들을 구해내고, 마지막 죽어가는 순간에서도 그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에게 희망을 선물한다. 수용소에서 지친 육체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삶에 대한 긍정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를 버티게 했다. 그는 환한 웃음 하나로 수용소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나는 그의 환한 웃음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전에 나는 거울을 보고 환한 웃음을 연습한다. 머리와 옷차림보다 더 쉽게 나를 표현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환한 웃음은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데일 카네기는 미소 속에 얼마나 아름다운 의미가 담겨 있는지 말했다.


 ‘미소는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하고 말하는 것과 같다. 

–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


 실제로 고객 상담을 하러 갈 때 환한 웃음을 지으면 의외로 어려운 문제들이 쉽게 풀리는 경험이 많았다. 불만 고객 중 한 분은 환한 미소를 짓고 걸어오는 내 모습을 보면서 제품 때문에 불편했던 마음이 다 풀렸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고객 집에 방문했을 때, 여러 명의 아주머니가 함께 모여 불만들을 쏟아 내면 환한 마음이 어느새 방구석으로 밀려나 버리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받아 들여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는 내 안의 소녀를 깨워서 어린 아이의 간절한 마음을 떠올리며 슬픈 감정에 몰입한다. 마치 내가 배우가 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이마의 미간을 검지와 엄지손가락을 잡고 잠시 침묵하곤 한다. 침묵하는 동안 방안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이후엔 사람들의 표정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이렇게 대화 중에 눈물과 침묵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손턴 와일더는 나를 표현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어났으면 하는 일들을 마음속에 새긴다. 호흡한다. 그리고 즐긴다. 내가 가진 보물들을 가슴에 깨닫는 순간, 비로소 나는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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