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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했던 우리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랑했을까?

- 핑클의 <캠핑클럽>을 보다가

by 글쓰는 민수샘 Oct 18. 2019

'허당'은 헛일, 헛방을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에서 온 말로, 실수 잘 하고 어딘지 어설픈 구석이 강한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요즘의 연예인들은 일부러 허당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기도 하지만 군기(?) 강했던 20세기말의 연예인들, 그것도 최정상 걸그룹이었던 핑클에게 그런 매력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사실 저는 SES를 더 좋아했지요.ㅎㅎ)

 핑클의 <캠핑클럽>을 지난 추석 연휴 때 보다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활동했던 옛날 영상을 함께 보다가 서로의 어색했던 댄스를 보며 서로 웃겨서 배꼽을 잡는 장면이었는데요.


효리 : (진이를 보며) 표정을 왜.. 왜 자꾸 먼 산을 봐!

진 : 게다가 나 틀렸어. 발이 안 맞잖아.

주현, 유리 : 귀여워. 먼 산 보는거. 너무 웃기다

효리 : 저렇게 허술한 점이 많았는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우리를 사랑했을까?

일동 : 진짜

효리 : 관대했어. 사람들이 관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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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당스럽기 위해서는, 실수를 많이 하는 어딘가 어설픈 사람으로 남들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새롭고 낯선 일에 도전하는 일이 먼저 있어야겠지요. 그 시절 핑클도, 팬들에게 완벽한 요정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효리의 19금 농담도, 옥주현의 다이어트도, 유리의 립싱크와 진이의 몸개그도 허당스러웠기 때문에 귀여웠고 인간다웠고 그래서 사랑스러웠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녀들의 새로운 도전인 '캠핑클럽'은 그런 솔직한 모습을 여과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캠핑카에서 코 골고 방귀 끼고, 서로의 흑역사를 폭로하다가도 미안했던 마음에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설펐던 전직 요정들이 이제는 완전히 인간계로 내려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어 흐뭇했어요. 

  전직 요정들의 리얼한 이야기를 계속 듣다가 가슴이 조금 먹먹해질 때도 있었지요. 신규교사 시절, 첫 학교에서 담임을 하며 만났던 아이들에게 왜 허당스럽게 다가가지 못했을까?  솔직하게 고민을 얘기하면서 완벽하지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홛동을 시도하지 않고, 고참 선생님들 흉내를 내며 센척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 서툴고 감정 기복 심하고 떄론 무심하기도 했던 저를 잊지 않고 편지도 써주고, 먼 곳에서 찾아와서 스승의 날을 축하해주었던 옛날 제자들이 그리워졌어요.


 그 시절, 아이들은 참 관대했습니다. 정이 많았습니다.


 아니면 센 척하고 잘난 척했던 저의 진짜 허당스러운 모습을, 자기들끼리는 알아채고 귀엽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과거에 허술했던 나를 관대하게 봐주고 아껴주었던, 그리운 그 사람들을 한 번 떠올려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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