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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Nov 03. 2024

검다와 희다 사이

- 한강의 <흰>에게

검다와 희다 사이

- 한강의 <흰>에게


검은 머리가 하얗게 되면 흰머리라 하지

검은 머리가 희게 되어도 하얀 머리라 하지 않지


말랑하고 가엽고 포근한 것이

검다와 희다 사이에 흐르고 있었네

흰 눈을 헤치고 나갈 때 한 손을 꼭 잡아주던

흰죽을 입에 넣어주고 가만히 안아주던

결혼식 전날 배내옷과 가제 수건을 건네주며

눈물짓던 어머니

속까지 하얗게 센 머리가 그제야 보였네


까맣다와 하얗다 사이에 없는

밀가루처럼 켜켜이 쌓인 사랑의 농도가  

검다와 희다 사이에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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