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을 읽다가
요즘 선을 심하게 넘는 한국인들이 참 많다. 그래서인지 학교 도서관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을 꺼내 읽었다. 목차를 보니 '드립의 민족'이 있어서 먼저 읽었는데,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풍자와 해학의 힘이 고마우면서도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애드리브'에서 온 '드립'이 재미는 있지만, 격렬한 애드리브를 주고받지 않아도 되는 평온한 일상이 깨지지 않으면 좋겠다. 하루하루가 좀 심심해도 괜찮겠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시인 듯, 시가 아닌 글을 적어보았다.
나는 왜 드립의 민족이 슬플까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란 게 왜 짠할까
나쁜 놈을 직접 깔 수 없으니 돌려 까는 풍자
억압과 폭력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랬을까
분노와 억울함을 웃음으로 이겨내는 해학
고통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랬을까
아무것도 안 하면 미치고 죽을 것 같아서
삐딱하게 날카롭게 찌르는 말에 맞장구치고
말장난하면서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 거친 세월을 우리는 그렇게 살아냈다
'나중에 우리 후손 아그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알까'
'아따, 모르면 참말로 호로자식들이지'
하면서 같이 웃던 거북선의 노꾼들
'이누쿠소 쿠라에(개똥이나 처먹어라)'
'미치노마야 히로히또(미친놈이야 히로히토)'
창씨개명을 할 때도 드립을 멈추지 않던
일제강점기 민중을 생각하면
왜 이리 가슴이 먹먹할까
후손들아! 너희는 드립의 민족이 되지 마라
2024년 겨울, 계엄령과 신명 나게 싸운 선조들의 드립을
그저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