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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Sep 28. 2022

중국기행25

상하이2-추석과 월병

들판의 논이 누렇게 물들어 간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하니 뭘해도 좋을 계절이다.

아닌게 아니라 여기저기 가을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몇년만의 행사인지라 더 설레는 것도 같다.   


또한 가을은 풍요롭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년 중 가장 풍요로운 때기 이 추석 즈음이 아닌가 싶다. 


유학시절,

설날은 겨울방학때라 늘 한국에 돌아와 보냈는데

추석은 학기중일 때라 매번 중국에서 보냈다. 

그래서 중국에서 보낸 추석에 대한 여러 정감어린 추억들이 있다.

그중에서 월병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우리가 추석에 송편을 만들어 먹듯이

중국인들은 월병을 먹는다. 보름달의 둥근 모양을 형상화 한 월병,

그래서 영어로 하면 문케익이니, 이름도 예쁘다 ㅎ 

가족끼리 친지끼리 둥글둥글,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는

중국과 한국이 다를 바 없다.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기원하는 것 역시도. 


우리는 집집마다 송편을 빚지만

중국은 직접 만들어 먹진 않고 가게에서 사 먹는다. 

아주 저렴한 것부터 뇌물로도 활용된다는 아주 고가의 월병까지 천차만별이다. 

모양도 둥근게 기본이지만 네모난 월병도 물론 있다. 


유학 온 첫해 추석,

명절이 됐으니 지도교수님 찾아뵙고 인사드리는게 당연,

대형 마트에 산처럼 쌓아놓고 파는 다양한 월병 중

그래도 좀 고급스러운 월병 세트를 사서

교수님댁에 인사를 갔다. 

가보니 교수님 집안에 월병이 가득했다. ㅎ

월병을 주고받는 게 중국의 추석 문화이니 그랬을 터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오는 길,

교수님은 내가 사 간 월병보다 더 많은 월병을 안겨주셨다. ㅎㅎ

가서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으라면서.

타지에서 유학생활하는 외국인 제자를 늘 알뜰살뜰 챙겨주시던 

인자하신 교수님이셨다. 


그외에도 추석기간엔 늘 중국 친구들에게 월병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 생각해본적은 없는 것 같다. ㅋ

그냥 한 두개 먹고 대부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추석엔 역시 고향의 송편이 그리웠다.

그럼 송편을 어떻게 먹었느냐

근처 조선족들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에서 좀 얻어먹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그래서

가을, 그리고 추석 즈음이면

월병 생각이 나고, 교수님 생각도 나고

친구들과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던 생각도 난다.

그리고 청춘의 끝자락을 말없이 지켜봐준 상하이가 그리워진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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