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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Mar 29. 2021

중국기행 23

무석, 태호

  내가 사는 수원에는 호수가 여러 개 있다. 서호를 비롯하여 광교호수, 일월호수 등이 있다. 호수마다 경관도 좋고 산책로도 잘 만들어놔서 산책하러 자주 간다. 수원이라는 지명에 물이 들어가는 만큼 물이 많은 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 수원에 온다면 화성 성곽과 함께 이 호수들을 둘러봐도 좋을 것 같다. 호수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호수를 끼고 천천히 산책하는 시간은 언제라도 좋은 것 같다.      


  자, 앞서 항주의 서호, 남경의 현무호와 같은 세계적 호수를 이야기했다. 나중에 또 언급하겠지만 내가 살았던 상해의 여러 공원 안에도 다양한 호수들이 있어 자주 가서 뱃놀이도 하고 산책을 즐겼다. 또한 상해는 우리 서울처럼 양자강의 한 지류인 황포강이 시내의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있고, 또 다른 지류인 오송강도 흘러 사시사철 물 구경은 충분히 한다. 그런데 지금 말하려는 호수 태호는, 뭐랄까 또 다른 차원의 호수라고 하겠다. ㅎ 멋지다는 느낌보다는 그 이름처럼 ‘크다’라는 느낌이 먼저 다가오는, 바다 같은 호수다.      


  상해 인근의 또 다른 도시 무석(無錫), 강소성 제2의 도시로 원래 주석이 많기로 유명했는데 한나라 때 모두 채굴이 돼서 주석이 없어졌다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한다. 그럼 지금 무석은 무엇으로 유명하냐, 바로 이름 그대로 바다처럼 넓은 호수 태호다. 태호는 중국에서 3번째로 큰 담수호다.      


  태호에 간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때는 2002년 초, 겨울 방학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상해로 복귀했다. 유학 2년차를 맞고 있었고 아직은 좀 논문의 압박에서 여유로운 때였다. 아마도 한 2월 말쯤, 개학을 며칠 앞둔 시기였을 것이다. 그때 함께 공부한 비슷한 연차의 한국인 박사 유학생들이 한 열댓명쯤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같은 중문학 전공으로 같은 동기들 몇 명과 친하게 지냈다. 각자 방학을 보내고 다시 만나 저녁을 먹다가 무석 태호에 놀러가자는 제안이 나왔다. 오케이 고, 다음날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기차에 올랐다. 무석까지는 1시간 정도 갔던 것 같다. 태호가 눈에 들어오자 우리 셋 다 그 크기에 놀랐다. ‘뭐야, 이거 바다잖아!’


  그 태호 안에 무려 70여개의 섬이 있다고 하니 말 다했다. 배를 타고 한 20여분 들어가는데 망망대해 처럼 끝이 없었다. 태호 주위에는 녹정산과 여원, 매원 등의 공원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더한다. 함께 배를 탔던 중국인 관광객들과 뒤섞여 섬을 둘러보았고, 또 하나 기억에 남은 것은 태호의 거대함에 걸 맞는 엄청난 규모의 불상이었다. 함께 간 동료들과 불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좋은 논문 써서 3년 안에 같이 졸업하자며 호기롭게 외쳤던 기억도 난다. 그때 그 다짐처럼 우리 셋은 같은 시기에 졸업했다. 유학 내내 친하게 지냈지만 함께 그렇게 여행을 떠났던 적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무석도 그 이후로는 가보지 않았는데, 태호가 워낙 크고 태호를 둘러싼 여기저기에 볼거리가 많은 곳이니 언제 가서 차분하게 또 한 번 둘러볼 생각이다.     

배를 타고 태호 안에 있는 섬으로 가는 중, 워낙 커서 망망대해의 느낌을 받는다 ㅎ

태호에서 함께 공부한 동료들과 

엄청 큰 규모의 대불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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